많이 좀 해봐요, 연애

영화 <봄날은 간다>

by 장현석

글 장현석, 그림 이지호



연애를 많이 해보는 게 좋다고들 한다. 이런 대사가 어울릴 자리가 제법 떠오른다. 갓 성인이 되어 호기심 가득한 조카에게 삼촌이 소주 한 잔 따라줄 때, 혹은 이별 후유증을 겪는 친구를 위로할 때. 얌마, 많이 만나보고 많이 헤어져보고 다 그러는 거야. 뻔하고 그럴듯한 격언은 오래된 금언처럼 들린다. 기원전 수메르 유물에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는 문구가 발견되었다는데 '연애는 많이 할수록 좋다'라는 문구도 어딘가 남아있지 않을까.


관계에 서툰 이들이 있다.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 '중간 지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이들이다. 연애에 있어 소통과 합의에 익숙하지 못하다고 표현해도 되겠다. 이때 서로의 중간을 찾고 맞춰나가는 법을 배우는 데 있어 독점적 관계인 연애는 단언컨대 가장 빠른 방법이다. 연애를 많이 해보라는 말은 결국 관계맺기를 익히라는 말인지도 모른다.


순수하고 넉넉한 미소의 상우는 은수에게 조금씩 빠져들었다. 그리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가갔다. 그래서 연애는 실패했다. 순수하고 풋풋해서가 아니라, 자신만의 방식이어서. 어떻게 사랑이 변하냐고? 변하지 않은 건 은수를 만나고도 그대로인 상우였다. 라면처럼 자극적인 로맨스의 황홀감에 도취된 남자는 외로움에 애타는 여자를 위한 중간 지점을 찾기에 게을렀다. 이미 끝난 연애라지만 한 마디 건네주고 싶다. 많이 만나보고 많이 헤어져보고 다 그러는 겁니다. 많이 좀 해봐요, 연애.


<봄날은 간다, 이지호 作,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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