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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현석 Dec 04. 2022

#3 푸르뎅뎅하다

재즈를 위한 형용사 사전

John Coltrane 존 콜트레인

<Blue Train>


푸르뎅뎅-하다 「형용사」 고르지 않게 푸르스름하다.


재즈가 뭔지 아세요? 주호민 작가 덕에 널리 알려진 재즈 싱어 엘라 피츠제럴드의 퍼포먼스에서 그녀는 구성진 스캣으로 재즈를 소개했다. 재즈를 한 마디로 정의할 자신은 없지만, 누가 들어보고 싶다면 존 콜트레인의 <Blue Train> 앨범을 건네겠다. <Blue Train>은 주제부의 수미상관식 반복, 주고받는 솔로, 그리고 긴장감 넘치는 앙상블까지 모던 재즈의 면면을 똑똑히 담아낸 역작이다.



1957년작 존 콜트레인의 <Blue Train> 만큼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 푸른 앨범이 있을까. 앨범을 프로듀싱한 레이블부터 하드밥의 명가 블루 노트인데, 첫째 트랙과 동명의 앨범 제목은 또 블루 트레인이란다. 당대 블루 노트의 여타 앨범들과 마찬가지로 앨범 재킷 사진에는 사진작가 프랜시스 울프가 푸르스름한 색조를 가득 입혀 놓았다. 마지막으로 재즈 엔지니어 루디 반 겔더가 리코딩한 생명력 가득한 블루스 사운드까지, 앨범을 들은 여럿이 비슷한 색감을 떠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앨범 내내 선명한 만큼 청량한 멜로디가 이어지지만, 하드밥 특유의 먹통 같은 텁텁함이 입안에 남는다. 허공을 가르는 리 모건의 날카로운 트럼펫에 대비되어 묵직한 금빛으로 공명하는 존 콜트레인의 색소폰 소리는 해맑은 파란색에 탁한 잉크 방울을 뚝뚝 떨어트리고 있다.


연주에 집중하고 있는 존 콜트레인과 (구석에 사진이 잘린) 리 모건


블루 노트로 모인 우수한 연주자 라인업의 패기 있는 연주가 돋보인다. 당대 최고의 연주자였던 마일스 데이비스와 클리포드 브라운 각각에게 영향받은 존 콜트레인과 리 모건을 비롯해 젊은 시절의 폴 체임버스, 필리 조 존스, 케니 드루, 커티스 풀러까지 합세했다. 이들 각각이 훗날 재즈 음악의 역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떠올린다면 영 재즈 올스타 앨범이라 불러도 될 정도다.



증기 기관차의 갓 출발한 모습을 닮은 1번 트랙 <Blue Train>보다, 이미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는 3번 트랙, 업템포 블루스 <Locomotion>이 숨을 헐떡이게 만든다. 더블타임으로 달리는 필리 조 존스의 리듬이 멈춰 서고 트럼펫 솔로가 시작될 땐 체면은 뒷전에 두고 다리라도 떨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4번 트랙이자 말랑말랑한 발라드 튠인 <I’m Old Fashioned>가 흘러나와도 이미 돌덩이에 눌린 듯 온몸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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