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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현석 Dec 11. 2022

#4 싱싱하다

재즈를 위한 형용사 사전

Art Blakey and The Jazz Messengers 아트 블래키 앤 더 재즈 메신저스

<Moanin'>


싱싱-하다 「형용사」 힘이나 기운 따위가 왕성하다.



어느 대학 농구 감독 말마따나 볼펜 한 자루 만들지 못하는 운동 선수들이라지만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건 역시 스포츠다. 달리고 뺏고 정복하고 승패를 가르는, 문명화된 전투 덕에 하루하루가 즐겁다.


응원 함성 아래엔 언제나 원초적인 소리가 숨어있다. 힘찬 북소리는 중계석 마이크를 뚫고 세계로 울려 퍼진다. 북이 만들어내는 박자란 늘 가슴 뛰게 만드는 마법이다. 반지의 제왕에서도, 이순신 장군 전기 영화에서도 전쟁이라면 북소리가 빠질 수 없다. 제의와 예식에도 북소리가 빈다면 한참 허전하다.


블루 노트 앨범이지만 커버 사진이 프랜시스 울프가 아닌 벅 회플퍼 작품이란다.


아트 블래키의 주술 같은 드럼은 다시 한번 우리를 현혹시킨다. 펄떡펄떡 원기로 꿈틀거리는 드럼 말렛 끝이 삽시간에 귓속으로 파고든다. 맹렬히 고취시킴과 동시에 전쟁터 중원사령관처럼 능수능란하게 밴드를 조율하는 그다. 들썩거리는 리듬과 따라 부르고 싶게 만드는 쉬운 멜로디, 그리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밴드의 연주로 우리는 어느덧 황홀경의 현장에 초대된다. 쿵짝쿵짝, 좁은 클럽에서 아트 블래키와 그의 밴드가 밀도 있게 <Moanin’>을 연주하고 있다면 구석의 점잖으신 누구라도 회춘하듯 따라 땀에 젖을 것이다.


드럼을 치는 아트 블래키는 종종 무아지경에 빠졌겠다.


1958년 앨범 <Moanin’>에서 아트 블래키는 밴드 멤버들 덕분에 리더로서 빛을 발한다. 테너 색소포니스트 베니 골슨과 피아니스트 바비 티몬스가 작곡한 넘버들이 그 이유인데, 특히 골슨이 작곡한 5번 트랙 <Drum Thunder Suite>가 아트 블래키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짧은 세 개 테마로 이루어진 곡으로, 첫 번째 테마 ‘Drum Thunder’에서 그는 드럼으로 빽빽한 밀림을 타잔 마냥 시원하게 가로질러 날아다닌다. 곧이어 세 번째 테마 ‘Harlem’s Disciples’에서 취할듯한 드럼 연주가 이어지면 무의식 중에 펑키 리듬으로 고개를 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블루스의 근본 ‘콜 앤 리스폰스(주고받는)’ 형식이 돋보이는 1번 트랙 <Moanin’>은 생동감 넘치는 리듬과 고양시키는 멜로디로 함께 부르는 힘찬 응원가를 떠올리게 한다. 어쨌거나 새벽이나 좁은 방에선 듣지 않길 권한다. 반드시 볼륨을 키워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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