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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현석 Dec 27. 2022

#5 방정맞다

재즈를 위한 형용사 사전

Thelonious Monk 델로니어스 몽크

<Solo Monk>


방정-맞다 「형용사」 말이나 행동이 찬찬하지 못하고 몹시 까불어서 가볍고 점잖지 못하다.



나른한 햇살 아래 잘만 졸던 녀석인데 번쩍   일어난다. 총총 걸음을 걷 멈춰 다시 드러눕더니, 금세 눈가를 구겨 잠을 청한다.


아무리 봐도 고양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Solo Monk>에서 델로니어스 몽크의 피아니즘은 장난기 어린 고양이를 닮았다. 왼손과 오른손이 반복해 만들어내는 리듬은 영락없이 꼬리를 치켜세운 채 헛둘헛둘 뒤뚱거리는 고양이다. 괜히 눈치를 보며 달리다 서다를 반복하는 모습이 발랄하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녀석이지만 크게 거스르는 일 없이 알아서 품으로 돌아올 땐, 생각보다 보드라운 따뜻함에 매번 놀라게 된다.



<Solo Monk> 앨범이 제작된 64년에서 65년은 몽크의 재즈 인생에 있어 후반전이었다. 비밥 전성기였던 40년대 숨이 찰 때까지 내달리는 협연 속에서 경쾌하게 울부짖던 그의 속주는 온데간데없다. 홀로 남아 단순하고 명료해진 솔로 연주는 농익은 스윙감과 더해져 거장의 새 빛깔을 드러낸다.



직접 작곡한 <Ruby, My Dear>에서 얄미운 고양이는 실타래 하나 갖고 혼자 잘도 놀다가, 막판에 이르러 마음대로 안 된다고 픽 토라진다. <Monk’s Point>에서 둥근 눈을 굴리며 어디로 튈까 궁리하던 녀석은 자리를 박차고 이리저리 쏘다니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슬그머니 돌아온다. 그의 작곡은 아니지만 친숙한 멜로디의 <I’m Confessin’ (That I Love You)>은 나도 모르는 사이 다가와 부비적거리는 고양이처럼 포근한 발라드다.


생전 델로니어스 몽크는 과묵한 사람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역시 고양이는 혼자가 가장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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