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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현석 Jan 15. 2023

#9 신기롭다

재즈를 위한 형용사 사전

Dave Brubeck Quartet 데이브 브루벡 쿼텟

<Time Out>


신기-롭다 「형용사」 새롭고 기이한 느낌이 있다.



재즈에 대한 흔한 오해 중 하나는 그 스타일이 비슷비슷하다는 것이다. 통념 혹은 편견의 원인은 추측컨대 음악을 들을 기회가 적어서다. 많은 이들이 재즈를 접하는 장소는 레스토랑, 바, 카페 정도 아니겠는가. 분위기를 위한 배경음악으로 이용되는 재즈는 대부분 느릿느릿 서정적이거나 낭만을 강조한다. 특히 라운지 풍으로 편곡된 곡들은 민망할 정도로 규격화되어 있긴 하다.


이때   가르쳐주겠다고 찰리 파커 음반을 들고 나타나는  말리고 싶다. 재즈가 뻔하지 않고 나름의 듣는 맛이 있는 장르라는  말하려면, 먼저 대중의 선호에 크게 벗어나지 않되  기분 좋을 만큼 낯선 작품이 필요하다. 산뜻한 텐션과 온화하고 이지적인 멜로디를 자랑하는, 데이브 브루벡 쿼텟 앨범 <Time Out> 등장할 순간이다.



기실 <Time Out>의 압권은 누가 뭐래도 생소한 박자다. 대표적으로 1번 트랙 <Blue Rondo A La Turk>는 9/8박자로 시작된다. 물론 우리 모두 9/8박자가 어디서 왔고 어떻게 생겼는지 몰라도 상관없다. 광고음악으로 유명한 3번 트랙 <Take Five>는 5/4박자를 차용했고, 6번 트랙 <Everybody’s Jumpin’>과 7번 트랙 <Pick Up Sticks>는 6/4박자란다. 역시나 몰라도 된다. 다만 귀로 리듬을 따라가며 가장 흔하고 익숙한 4/4박자와 묘하게 다르다는 사실에 집중해 보자. 그 자체로 신기하지 않은가?



데이브 브루벡 쿼텟 역시 발매 당시 실험적인 리듬과 변박이 대중 취향이 아닐 것을 걱정했지만, 오히려 대중의 반응은 뜨거웠다고 전해진다. 그 시절 사람들이라고 9/8박자를 무슨 수로 알았겠는가. <Time Out>의 감상 포인트는 낯선 리듬이 전부가 아니다. 박자가 주는 긴장감과 부드러운 쿨 재즈 멜로디의 안정감이 교차할 때 비로소 보편적인 쾌감이 전달된다. 수건 돌리기 놀이처럼 느려졌다 빨라졌다 출렁이는 리듬 위로 완성도 높은 웨스트코스트 풍 피아노와 알토 색소폰이 유연하게 더해져 많은 사랑을 받았다. 굳이 말하자면 대중성과 예술성 두 마리 토끼 모두 놓치지 않은 명반이다.


캘리포니아 출신 데이브 브루벡(위), 샌프란시스코 출신 폴 데스몬드(아래). 쿨 재즈에 잘 어울리는 둘이다.


<Time Out>에서 듣는 재미를 주는 단 하나의 트랙을 꼽자면 누구나 아는 <Take Five>보다 도전적인 1번 트랙 <Blue Rondo A La Turk>다. 인트로의 이국풍 9/8박자도, 주제부가 끝날 때쯤 튀어나오는 블루지한 폴 데스몬드의 색소폰도, 9/8박자와 4/4박자를 오가는 구성도 그 무엇 하나 평범하지 않다. 데이브 브루벡의 피아노는 중간에 슬며시 끼어들어 처음을 반복한 마지막 주제부까지 명랑하게 나아간다. 한참 오래전 59년도에 나왔는데 다시 이런 독특한 노래가 나올까 싶다. 재즈를 오래 듣고 싶은 이들에게 배경음악 같은 재즈는 잠시 밀어 두고 한 번쯤 권하고 싶은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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