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를 위한 형용사 사전
허비 행콕 Herbie Hancock
<Head Hunters>
진보-하다 「형용사」 역사 발전의 합법칙성에 따라 사회의 변화나 발전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무슨 장르라고 불러야 할지 의아한 노래들이 종종 있다. 오늘날이 아니어도 음악 장르 간 이종교배는 언제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재즈 역시 100년 넘는 시간 동안 홀로 성장했을 리 없다. 앞선 세대로부터 블루스와 소울, 가스펠을 물려받았고 록, 힙합과 교류하며 그 외연을 조금씩 넓혀온 장르가 바로 재즈다.
허비 행콕은 재즈라는 장르의 영토 확장에 혁혁한 공을 세운 위인들 중 한 명이다. 그의 업적을 말하기 위해선 마일스 데이비스가 등장해야 하는데, 그는 1963년 마일스 데이비스 두 번째 퀸텟의 멤버로 발탁되어 <Nefertiti>, <Sorcerer> 등 앨범에서 다수의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곡을 써낸다. 일찍이 재즈와 록을 결합한 선지자 마일스 데이비스는 작곡 능력이 뛰어난 허비 행콕이 다음 세대의 기수가 될 것을 알았다는 듯, 재즈의 틀을 부수는 여러 프로젝트에 그를 앞세운다.
허비 행콕은 피아노 연주 실력 또한 일품이었는데 그랜드 피아노를 벗어나 키보드 앞에 앉을 때 그는 꽤 다른 페르소나를 보여주곤 했다. 1973년작 <Head Hunters>는 그의 작곡 역량과 전자음악 연주 실력이 담긴, 통통 튀는 멜로디와 펑키한 리듬으로 가득한 퓨전 재즈 명반이다. 오래된 리듬 앤 블루스 스타일을 지키되 그 위로 탄탄하고 매끈한 전자음악의 질감을 덧대 동물적 본능을 자극하는 이른바 새 시대의 재즈다.
앨범 <Head Hunters>의 1번 트랙 <Chameleon>은 형형색색 터지는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불꽃놀이다. 골조가 되어주는 베이스와 드럼 리프 위로 허비 행콕의 키보드와 베니 모핀의 관악기가 춤을 춘다. 전반부에 분주히 돌파구를 찾아 탈출하는 데 집중하지만, 후반부에 가면 안이든 밖이든 한 판 놀아나 보자며 원초적인 놀이굿을 펼친다. 2번 트랙 <Watermelon Man>에서 그는 1962년 앨범 <Takin’ Off>에 수록된 동명의 곡을 퓨전 재즈 스타일로 새롭게 선보인다. 과장 조금 보태 말하면 10년 간 허비 행콕이 재즈 신을 대표해 이룩한 음악적 진보가 여기에 응축되어 있다. 동시대 아티스트들에게 이정표가 되었을 전자 음악의 해석이 돋보이는 명곡이다.
모던 재즈에 익숙한 사람이 <Head Hunters>를 듣고 선뜻 장르를 떠올리기 어려운 것도 당연하지만, 분명 재즈에는 다양한 스타일이 있다. 모르긴 몰라도 허비 행콕은 좋은 음악에 열심이었을 뿐 본인의 연주가 재즈라는 데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날 재즈라는 이름 아래 많은 음악을 만나곤 한다. 아무렴, 허비 행콕에게 감사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