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를 위한 형용사 사전
제리 멀리건 Gerry Mulligan
<Night Lights>
감미-롭다 「형용사」 맛이 달거나 달콤하다.
재즈에 대한 가장 보편적인 선입견은 느끼하다는 반응 아닐까. 억울한 이들이 꽤 있겠으나 딱히 부정할 일도 아니다. 그만큼 재즈가 로맨틱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적합한 음악이라는 뜻일 테다. 그리고 살다 보면 분위기가 중요한 때가 온다. 소중한 연인과의 기념일을 생각해 보자. 작정하고 한 번쯤 끈적해지는 것도 좋지 아니한가.
이제 제리 멀리건의 발라드 앨범 <Night Lights>를 재생할 때다. 제목부터 믿음직스럽다. 도시의 짙은 밤하늘 아래 노란 빌딩 불빛이 푸른 강물을 만나 어지러이 녹색으로 흔들리는 앨범 재킷도 매력적이다. 제리 멀리건의 아늑한 바리톤 색소폰은 아트 파머의 트럼펫과 플루겔혼 숨결을 만나 도회적이고 세련된 무드를 연출한다. 재즈가 느끼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분명 귀 간지러운 관악기 블로잉을 떠올렸을 것이다.
63년작 앨범 <Night Lights>는 진한 초콜릿처럼 달콤 쌉싸름하다. 쿨재즈의 느긋한 달달함에 도심 속에서 불현듯 찾아온 고독과 그가 남기고 간 우수가 더해진다. 로맨틱한 무드라면 1번 트랙 <Night Lights>를 이길 자 없다. 천천히 흐르는 제리 멀리건의 피아노 연주 뒤로 몽글몽글하게 피어나는 아트 파머의 트럼펫 소리가 미소를 부른다. 분위기를 보다 진하게 만들고 싶다면 비장미 가득한 2번 보사노바 트랙 <Morning of the Carnival(Manha de Carnaval)>가 적격이다. 연인에게 고백하는 순간이라면 6번 트랙 <Tell Me When>을 배경음악으로 깔아도 좋다. 따뜻하게 조우하는 짐 홀의 기타와 트럼펫, 바리톤 색소폰은 무슨 말이든 설득력을 더해줄 테니까.
코끝까지 향이 피어나는 와인과 함께라면 낭만적인 분위기는 절정에 달한다. 여유로운 색소폰 소리가 달처럼 노란빛으로 환하게 방을 밝힌다. 녹아내릴 만큼 보들보들한 멜로디와 사랑하는 연인이 함께라면, 틀림없이 재즈로 오래도록 기억될 명장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