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를 위한 형용사 사전
Charlie Haden & Pat Metheny 찰리 헤이든 & 팻 메스니
<Beyond the Missouri Sky>
고즈넉-하다 「형용사」 고요하고 아늑하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가수 이동원과 테너 박인수가 부른 정지용의 ‘향수’ 첫 소절에 눈물이 그렁거린다. 고향은 언제나 몰래 떠나온 마냥 그리운 이름이요, 찾으면 엄마 품처럼 익숙하게 나를 누그러트릴 그곳이다. 아득한 고향 하늘 아래 홀로 남을 땐 오래전 유년의 나를 만난다. 넉넉한 산 위로 해 넘어가고 별들이 하나둘 찾아오면 깨고 싶지 않을 나긋함이 몸을 덮는다.
찰리 헤이든과 팻 메스니의 <Beyond the Missouri Sky>는 고향을 오롯이 담은 앨범이다. 17살 차이 나는 둘이지만 모두 미주리주 출신으로, 고향의 대자연이 그들 음악적 교류와 영감의 원천이었다고 한다. 두 사람은 고향에 대한 애정과 목가적인 풍경에 대한 향수를 온화한 멜로디로 풀어낸다. 찰리 헤이든의 무게감 있는 단답형 베이스 연주와 팻 메스니의 몽글한 어쿠스틱 기타 아르페지오는 푸근한 미국 시골 정경을 점묘법으로 그린다.
96년작 <Beyond the Missouri Sky>에 담긴 찰리 헤이든의 가족애는 묵직한 베이스처럼 울림을 준다. 첫 번째 <Waltz for Ruth>와 마지막 노래 <Spiritual>은 각각 아내와 아들을 위한 트랙이다. 또한 7번 트랙 컨트리곡 <The Precious Jewel>은 아버지에게, 8번 트랙 <He’s Gone Again>은 어머니에게 바치는 노래인데, 7번 트랙은 광활한 대지를 닮은 기상이 느껴지고 바로 이어지는 8번은 한적한 시골의 낭만이 도드라지는 게 듣는 재미다. 한편 이들 연주곡에 채 담기지 못한 노랫말이 라이너 노트에 적혀 그의 가족을 향한 사랑이 다시 한번 드러나기도 한다.
팻 메스니 하면 떠오르는 현란하고 짜릿한 일렉 기타 연주 대신 고운 어쿠스틱 기타 연주가 있다. 2번 트랙 <Our Spanish Love Song>에서 팻 메스니는 찰리 헤이든 베이스의 톤에 맞춰 이베리아 반도의 끈적한 풍경화를 세필로 그린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명곡 <Cinema Paradiso (Love Theme)> 역시 둘의 간결한 호흡으로 빚은 걸작이다. 서로 배려하는 악기 사이 노련한 대화는 한 사람의 독백처럼 들리기도 한다.
<Beyond the Missouri Sky>는 고향과 자연을 닮은 앨범이다. 재즈는 네온사인 아래 어둑한 클럽에만 있지 않고 비 고인 처마 밑에, 모닥불 앞에도 있다. 인간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는 찰리 헤이든과 팻 메스니의 연주가 아늑하다. 듣는 것 만으로 너끈한 위로가 되는 시골 재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