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03 - 2022.06.07
작년에 내가 책 읽기를 시작하게 만들었던 바로 그 책, 달러구트 꿈 백화점 1의 후속작이다. 사실 1편의 내용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내가 기억하는 것은 꿈 백화점의 주인장이 달러구트라는 것... 하지만 책을 읽어나가니 이전 에피소드들이 머릿속에 떠오르기도 했다.
여전히 가볍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설이다. 하지만 이번 독서에 관해서는 특기할 사항이 하나 있다. 바로, 종이책이 아니라 전자책으로 완독했다는 것. 물론 어제 교보문고에 가서 잠깐 종이책을 만지기는 했으나, 대부분의 내용은 집에서, 또는 이동 중에 컴퓨터와 핸드폰을 활용하여 보고 들었다. 들었다는 것은 오디오북 기능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좌우간 어떻게 내가 갑자기 전자책으로 읽게 되었는가? 그것은 바로, 6/2에 한국경제신문을 재구독하게 되면서 주어진 밀리의서재 6개월 무료 구독권 덕분이다. 오래 전부터 밀리의 서재 앱을 알고는 있었으나, 제대로 활용하지 않았다. 도서관에서 무료로 빌릴 수 있는 책을 뭐하러 돈까지 내면서 구독할까? 그것도 종이책의 질감을 느끼지도 못하는 전자책을. 이라는 마음가짐으로 거부감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한 번 사용해보니 느낀 바가 있었다. 첫째, 눈이 쉽게 피로해지는 내게 전자책보다도 오디오북이 아주 활용도가 높았다. 다만 오디오북의 무미건조한 전자 목소리는 책의 느낌을 전혀 살려주지 못했다. 접근성은 높여 주었으되 오히려 몰입은 방해하는 요소가 되었다고나 할까. 둘째, 밀리의 서재에는 생각보다 책이 굉장히 많다. 얼마 전에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가진 않았지만) 알게 된 무협소설 '대도오'같은 건 없었으나, 내가 좋아하는 클래식 명서들은 대부분 찾을 수 있었다. 벌써 내 서재에는 <마담 보바리> <체호프 단편선> <더블린 사람들> <톰 소여의 모험> 등등의 책들이 들어 있다. 또한, 빌리기 어렵거나 도서관에 아직 들어오지 않은 최신 출판작들, 대여하기 어려운 베스트셀러들 역시 자유롭게 빌려볼 수 있었다. 아니, 오히려 인기가 많을수록 더욱 보기가 쉬웠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종이책을 훨씬훨씬 더 선호한다. 바로 어제 신논현 교보문고에 가서 내가 사랑하는 책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역작 <월든>을 구입하니, 그 사실을 손에 쥔 것처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전자책은 사용하기 편리하기는 하나, 그래도 종이를 한장 한장 넘겨가며 읽는 종이책 고유의 맛은 전혀 주지 못한다.
이상을 종합하여 내가 내린 결론은, <두 번 이상 음미하지 않을 책은 밀리의 서재를 이용하는 것도 괜찮다> 이다. '괜찮다'지, '더 낫다'가 아니다. 아직까지도 나는 모든 책은 종이책으로 읽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이번 책 <달러구트 꿈 백화점 2> 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읽히는 소설들은 굳이 종이책을 고집할 필욘 없는 것 같다. 여기서 '두 번 이상 음미하지 않을' 이라는 기준이 매우 모호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기준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설명할 의무도 없을 뿐더러 설명할 수도 없다. 그 판단은 그때 그때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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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기록할 만한 사항은,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한 책이 아니다. 다시 말해, 다른 책들을 읽으면서 중간중간에 읽었다. 처음에는 김애란의 <침이 고인다>를 읽다가, 중간에는 소로우의 <월든>과 함께 읽었다. 아니, 세 권을 거의 동시에 읽었다. 예전에 한 일본 다독가와의 인터뷰에서 나왔던 내용인데, 그는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동시에 읽는 것이 좋다고 한다. 여러 분야의 내용들이 동시에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오며 통섭이 일어난더랬다. 나는 원래 하나씩 집중하는 편이라, 그 같은 의견에 별로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책처럼 가벼운 책은 그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 이 책은 마냥 가벼운 책인가? 여기서부터 얘기를 이어나가자면 끝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