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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까스 Jul 13. 2022

앞으로 10년 빅테크 수업 - 조원경

2022.03.07-2022.03.09

3/25에 진행될 독서모임 때 진행할 책으로 선정되어 읽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간 낭비하지 않게 빨리빨리 읽었다. 작가의 통찰은 잘 느껴지지 않았으며,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 대다수였다. 총 4개 장으로 이루어져 있어 각각 AI, 메타버스/구독경제/우주과학/지네틱스 바이오 내용을 담고 있었다. '수업'이라는 제목에서도 느껴졌지만, 쓸데없이 아는 척하는 교수의 수업과도 같은 지루함이 느껴졌다. 거기다가 중반 이후부터는 거의 투자정보 전달하는 책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주가 전망, 투자처 등등에 대한 언급이 많이 나왔다. 아마도 작가 본인이 현재 주식 투자에 매우 심취하여 있던지, 아니면 요새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에 편승하고자 하는 것 같다. 그 외에도 '~하는 것을 생각해 본다.'와 같은 수필 문체가 상당히 많이 나오는 점, 내용의 흐름과 전혀 상관 없이 작가 본인의 지식을 뽐내고자 하는 사례, 명언의 난립 등 문제가 전반적으로 많은 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빠르게 읽어내려가며 나름 몇가지의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첫 번째로, AI, NFT 메타버스를 다룬 1장에서는, 변리사로서의 직업병인지 몰라도 관련 특허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관련 기술들이 빠르게 개발되고 있다면 특허 출원/등록되는 기술들 역시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그들은 누가 대리해줄까? 관련 특허법 규정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앞으로의 트랜드가 AI,NFT,메타버스로 갈 것은 이 책에서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확실한만큼, 해당 기술분야에서 변리사를 필요로 하는 수요가 증가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찾아보다가 AI가 개발한 기술의 발명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논점을 언뜻 본 적은 있었는데, 결론은 '나라마다 다르다'는 것이었다. 호주에서는 AI를 발명자로 인정한 판례가 나왔으나 대부분의 다른 나라들에서는 아직은 AI를 발명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앞으로 AI가 개발하는 기술들이 점점 많아짐에 따라서 AI를 발명자로 인정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법인에서 수많은 기술자들이 기술을 개발하지만 전부 법인 명으로 등록받는 것처럼, AI도 수많은 기술자가 인공지능을 개발하지만 AI의 이름으로 특허를 등록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사람 아니면 법인만을 특허 받을 수 있는 발명자로 인정하는 것은 제도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또한, 저자가 여러번 강조한 DM(Digital Me)에서도 흥미로운 상상을 해보았는데, '불멸자들의 도시'가 그것이다(얼마 전에 본 주제 사라마구의 책 '눈 먼 자들의 도시'에서 제목의 영감을 받았다). 뭐냐면, 모든 사람이 각자의 DM을 만들고, 그것을 가상현실에서 함께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의 특성과 경험을 똑같이 주입 받은 DM이 가상현실 내에서 활동을 하며 그들만의 독자적인 세계를 꾸려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디지털 트윈을 전 지구적 단위로 구현하는 아이디어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들 중에서 전 인류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는 사람들만을 모아서 대대로 교류하도록 하면 어떨까? 예를 들면, 21세기의 탈레스, 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 다빈치, 가우스, 오일러가 제프 베조스, 스티븐 호킹, 스티브 잡스, 일론 머스크와 가상 현실에서 교류를 해나가는 것이다. DM은 정해진 수명도 없고 건강에 이상이 생길 리도 없으므로 영원한 교류가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교류 속에서 무한한 지성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이런 개념은 내가 어렸을 때 많이 봤던 '게임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배경과 비슷하다. NPC들은 실제 사람들과 똑같이 생각하고 행동하며, 그들만의 문화를 발전시킨다. 그러나 그들의 가상의 데이터 묶음에 불과하기 때문에 동력이 공급되는 한 불멸의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언젠가는 이런 세계의 실 구현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구독경제에 관련한 2장에서는, 반려동물에게 맞춤 제작된 박스를 배송하는 '바크박스'의 사례가 나왔다. 이걸 보면서, '나도 받고 싶다 선물!' 이라고 생각했다. 반려동물에게는 맞춤형 엄청난 선물들을 할 수 있는데, 인간에게는 못 해주나? 어떤 사람을 정말 잘 알고 있다면, 그 사람에게 맞춤형 선물을 줄 수 있을텐데. 물론 개나 고양이보다 사람의 기호가 훨씬 복잡하고 다양하겠지만, 그래도 보편적으로 마음에 들어할 선물은 존재할 것 같다. 예를 들면 명품이나 실용적인 것들. 편리한 전자기기. 이렇게 값비싼 것들이 아니더라도, 먹을 것들이나 그 사람이 평소에 좋아하고 관심을 가지던 것들을 선물로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방과의 관계를 발전시키거나,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에 최적의 수단이 선물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23앤드미에 대한 얘기로 시작한 4장에서는, 유전자 분석과 IT인공지능의 결합의 산물인 신약에 관한 생각이었다. 유전자를 분석하는 지놈 프로젝트에 대한 얘기가 있었는데, 이를 이용하면 질병을 진단하고 신약을 개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은, 유전자를 분석해서 어떤 질병을 앓고 있는지, 혹은 앓을 가능성이 있는지 알게 되었다고 쳐도, 그것을 치료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가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현대과학의 수준을 무시한 발상이었다. 어디가 어떻게 문제인지를 아는 것만으로도 질병 치료의 큰 진전이었던 것이다. 유전자 가위를 사용하면 문제가 발생한 부분을 잘라내고 새로운 유전자를 끼워넣는 것이 가능했다. 이것이 적용되는 질병은 예를 들어, 선천적인 유전자 문제로 인하여 처음부터 시력이 0.1이하였거나, 시야 밝기가 매우 어두웠던 환자들을 들 수 있다. 이들은 후천적인 환경 문제가 아니고 유전자의 문제 때문에 질병을 앓아온 사람들 이었다. 문제가 되는 유전자를 가위로 잘라낸 뒤 정상적인 유전자로 편집하면 새로운 삶을 살 수가 있는 것이다.


다만, 유전자 편집 기술에는 굉장한 윤리적 이슈가 따를 것이라고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당장 종교계의 반발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문제될 것 같다. 동성혼 같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이슈도 죽어라고 반대하는데, 신이 창조한 내 몸의 DNA를 인간이 마음대로 짜르고 재조합할 수 있다는 것은 그들의 관점에서는 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또한 윤리적 문제와 악이용 문제도 있다. 그것이 가능하다고 해서 인간의 유전자를 마음껏 가지고 노는 것은 과연 생명의 중요성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타고난 나의 몸, 나의 성격, 나의 얼굴인데 이것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니. 또한 유전자 가위를 이용할 때 비용이 적게 들 리 없고, 상용화된다고 할지라도 일부의 부자들만 금액을 지불할 수 있을 정도일 수 있다. 유전자공학의 발달은 오히려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킬 수 있는 기술일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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