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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까스 Jul 13. 2022

메타버스-김상균

3/14 하루만에 쫑!

이 책은 2020년 말, 그러니까 메타버스가 막 핫한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을 때 나온 책이다. 삼프로를 들으며 윤앤리로 출퇴근을 하던 시절, 이 책의 저자가 나와서 메타버스에 대하여 열심히 떠드는 것을 봤던 기억이 있다. 원래 읽을 생각은 없었지만, 얼마 전에 빅테크 수업 책을 보고 나서 호기심이 생겨 듄2 빌릴 때 같이 빌려왔다.


결론적으로, <앞으로 10년 빅테크 수업> 보다 훨씬 유용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유용'하냐면, 이해하기 쉬운 실례가 더 많으며, 작가의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본다' 따위의 의미없는 수사어구도 없었다. 책은 총 4종류의 메타버스 세계에 대하여 설명한다. 증강 현실, 라이프로깅, 거울 세계, 가상 세계가 그것이다. 사실 이 중 무한한 확장의 가능성을 품고 있는 것은 가상 세계이다. 나머지는 현실에 기반을 둘 수밖에 없는 반면, 가상 세계만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온전히 새롭게 창조된 세계, 그것이 바로 가상 세계이다.


내가 중학생 시절, '게임판타지 소설'이라는 것이 유행했다. 대충 주인공이 게임 캡슐 안에 들어가면 접속할 수 있는 가상 세계에서 모험을 떠나는 내용이었다. 그것이 실제화된 것이 가상 세계라는 것이다. 나는 중학교 때 3년 내내 게임판타지 소설에 빠져 살았으므로(물론 무협지나 그냥 판타지도 좋아했지만) 이 세계관은 내게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전에 기대했던 것은 메타버스에 대한 명확한 정의, 그리고 이전부터 계속 우리 옆에 있었던 인터넷 공간과 메타버스의 차이점을 확실하게 파악하는 것인데, 이 두 점에대한 답을 얻는 것은 실패했다. 즉, 책의 4개 챕터에서는 내내 내가 아는 세상에 대한 설명이 있을 뿐이었다.


인사이트를 얻을 만한 부분은, 인터넷->스마트폰->메타버스 로의 기술 전환 흐름이었다. 2000년 닷컴 버블 때 얼마나 많은 기업들의 주가가 치솟았는가? 얼마나 많은 기업에 기회의 땅이 열렸는가? 스티브 잡스가 2007년 1월에 아이폰1을 발매하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금까지 '기대하지도 않았던' 편의를 누리게 되었는가? 이와 비슷한, 어쩌면 이보다 더 큰 기회의 문이 지금 열리기 직전인 것이다. 아니, 이미 열렸을지도 모른다. 로블록스는 최초로 상용화된 메타버스로 평가 받는데, 주 이용층이 청소년들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어떤 10대는 1년에 10억까지 벌어들이고 있다니 말 다했다. 10억이라. 내가 아는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해도 10억 연봉은 쳐다도 못 볼 산이다. 하지만 모든 기회는 얇은 가면을 쓴 채 우리 곁을 항상 맴돌고 있다. (갑자기 젠수니 철학자처럼 말하고 싶었다.)


현재까지 나와 메타버스 간의 가장 큰 연결고리는 네이버다. 내가 2020년 11월부터 지금까지 무려 1년 반동안 네이버에 넣은 돈을 빼지 않고, 오히려 더 투입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제페토이기 때문이다. 제페토는 월 1억명 이상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더 성장할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소유하고 있는 네이버의 주식이 떡상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제발 떡상해줘. 제발.....


이 책의 말미에는 메타버스, AI가 상용화되었을 때 도덕적으로 우려되는 점들에 대하여 논의하고 있다. 기계가 인간을 대체한다는 오래된 우려가 그 근본에 있는 듯 하다. 모든 계급 갈등은 생산 수단의 소유 여부에서 일어난다는 마르크스의 주장에 빗대어 볼 때, 메타버스와 AI 세계를 소유한 사람은 정말 천문학적인 부를 이룰 수밖에 없다.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어디까지나 주인이 연못 속으로 던져주는 먹이를 먹고 사는 잉어들일 뿐. 경제 격차가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는 모든 기술의 발전에도 해당될 수 있는 내용이 아닐까? 이런 식으로 논지를 전개하다 보면, 기술의 발전은 곧 악이라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 어디까지 논의를 확장할 수 있을지 세심하게 고민해야할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문구 중 하나는, '인공지능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였다. 'sight systems'라는, 유튜브에 게재된 단편 영화에 나오는 내용이었는데, sight systems는 렌즈를 착용하면 그 렌즈가 AI비서처럼 행동하는 상황을 가정하고 있다. 남자 주인공은 여자 주인공과 소개팅에서 인공지능의 도움을 어마어마하게 받는다. 모든 상황에 어울리는 적절한 행동을 추천해주는 것이다. 그것이 그 남자의 '진짜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냥 도구의 도움을 받는 것처럼, AI의 도움을 받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AI의 도움을 받다가, 결론적으로는 렌즈를 착용하나, 착용하지 않나 동일한 행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남자의 사회성(?)이 발달한다면 오히려 선한 영향이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그럴 생각은 없는 사람이 렌즈를 꼈을 때는 그렇게 행동했었는데, 렌즈를 빼니까 아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다면? 그러면 렌즈의 기술력과는 별개로 그 사용의 정당성에 대하여 논의해보아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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