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고프다

그래서 언제까지 그럴 건데

by 잔잔한고요

​구석에 처박아둔 마음에서 곰팡이가 피었다. 씻어내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거뭇한 얼룩들. 나는 그 곰팡이를 떼어내지 않고 그냥 둔다. 그것이라도 있어야 내 방에 생명체가 사는 것 같으니까. 이걸 알아버린 이상은 절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안다.


지독하게 배가 고플 때, 있는 힘껏 온몸을 뚫고 나오려는 그 괴물을 달래고 막으며, 나는 그 곰팡이 핀 그리움을 응시한다. 누군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와 이 더러운 방을 보고 경악해 주길, 그리고는 말없이 내 손을 잡아주길 바라는 비겁한 기대를 나는 그렇게 또 한 번 품었다. 역시나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다른 이들보다 훨씬 움직이기 힘들다는 걸 아니까 더 그렇다.


​글을 다듬을 힘이 없다. 문장을 맺고 기승전결을 맞추는 건 배부른 자들의 유희다. 한때 나도 배부른 자들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미친 듯이 힘이 없어도 힘이 있는 척, 나만의 정찬을 차리려고 끊임없이 노력했다. 하지만 그 노력은 기어이 나를 비웃고 만다. 그걸 알면서도 모른 척했던 건, 한 미련한 사내의 선택이었다. 어떻게든 주류에 섞이려고 몸부림을 쳤던 그 바둥거림이 사실은 힘만 빼고 마는 악수였음을 나는 나중에서야 알았다.


이제 나는 그냥 툭 던진다. 덜 익은 반죽처럼 끈적이고 비린내 나는 이 마음을. 누군가 이걸 보고 성의 없다고 손가락질한다면, 그건 당신이 아직 충분히 굶주려보지 않았다는 증거다. 배가 한 번이라도 불러봤던 자는 배고프게 돼도 다시 불씨를 되살릴 수 있지만 배고프기만 했던 자는 무법자 그 자체다. 말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 슬프면서도 그게 오히려 다행이랄까.


완성된 요리를 기대했다면 미안하게 됐다. 나에게는 그딴 정성을 부릴 여유는 이미 개나 줘버렸다. 입천장에 달라붙는 덜 익은 밀가루 냄새가 나를 닮았다. 이걸 뭐 어쩌라는 거지 싶은, 소화되지 않는 덩어리들에 너무 많은 의미 부여는 머리만 아플 뿐이다.

작가의 이전글배고픈데 뭐 어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