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은 너무나 컸다
배고픔은 이제 통증을 넘어 환각이 된다. 이제 아무도 막지 못할 브레이크가 고장 난 10톤 트럭으로 나는 되었다. 오랫동안 잊고 있던 냉장고를 열면 하얀 냉기뿐인데, 나는 그 안에서 이름 모를 여자의 살 냄새를 맡는다.
허기를 채우려고 일단 무조건 입 안에 넣고 본다.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건 음식이 아니라 모난 돌멩이들이다. 위벽을 긁어대며 내려가는 그 딱딱한 외로움. 나는 그 돌들을 씹어 삼키며 생각한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할 뿐이다. 이 돌들이 가득 차면, 내 안의 구멍도 언젠가는.. 또 괜한 기대를 하고 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갓난아이로 돌아가고 싶다. 내 손으로 숟가락을 드는 것조차 징벌처럼 느껴지는 날. 누군가 내 입에 따뜻한 무언가를 넣어주길, 내가 씹지 않아도 내 몸속으로 온기가 흘러 들어오길. 자립이라는 단어가 세상에서 가장 잔인하게 느껴진다. 매일 죽어버린 의례처럼 통과해야 하는 매일의 밤은 온기와 고통을 동시에 품고 있다. 지긋지긋한 편안한 권태를 이제는 고통이라고 해야 한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