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나는 참 친절한 사람이었다. 깔끔하게 뒷정리를 하고도 안심하지 못해서, 나에게만 예민한 레이더로 보이는, 톡 튀어나온 거스러미를 마지막까지 정성껏 사포질 하며, 읽는 이의 마음이 다치지 않게 모서리를 둥글게 깎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내 안에는 허기라는 이름의 괴물이 산다. 그놈은 가장 먼저 나의 다정함부터 뜯어먹었다.
이제 내 글에는 배려가 없다. 그것이 사회적인 격식이든 진심이든 간에. 배고픈 괴물이 뱉어낸 찌꺼기 같은 문장들이 수제비 반죽처럼 둥둥 떠다닐 뿐이다. 맑은 국물을 기대하고 들어온 당신들에게 미안하지만, 이미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검정은 모든 색을 다 삼킨다. 흰색이 있긴 하지만 알아서 찾아보시던지.
이 불친절함이 보기 싫다면, 떠나라. 지금 당장. 나는 이제 당신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내 살점을 떼어 요리할 기운이 없다. 찔렸다고 해도 찔린 척은 이제 그만해라. 그저 이 탁한 국물 속에 손을 집어넣어, 나와 함께 침몰할 누군가를 기다릴 뿐이다. 그게 아니라면, 내 멱살을 잡고 이 괴물의 깊은 위장에서 나를 끄집어내 줄 그 한 사람. 그 사람이 오기 전까지, 나의 식탁은 엉망진창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