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정아의 노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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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선우정아의 노래들.
계절을 맞이하는 방법엔 여러 가지가 있다. 제철 음식 먹기, 계절 기념일 챙기기, 옷 준비하기 등. 그중에서도 가장 설렘을 안겨주는 건 계절과 어울리는 노래를 듣는 일이다. 꽃망울이 채 영글기 전에 봄 플레이리스트를 만든다. 한번 보고 말 것도 아니고, 매년 다시 만나지만 부산스레 설레발을 친다. 미리 환영하고 나면 다가올 계절을 더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시린 공기가 코끝에 닿자마자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었다. 매년 겨울 노래를 담을 때마다 습관처럼 꼭 듣는 가수가 있다. 바로 ‘선우정아’다. 특유의 포근하고 달짝지근한 목소리는 얼어붙은 것들을 쉽게 녹일 듯하다. 그런 그녀의 목소리가 겨울과 만나면 더 따스해진다. 2016년 발매한 정용화와의 듀엣 앨범 <교감>이 그렇다. 앨범 안에 들어 있는 단 하나의 노래 ‘입김’은 하얀 입김이 서리는 겨울, 불현듯 떠오르는 지난 사랑의 순간을 그린다. 담담하게 내놓은 선우정아의 목소리와 가사가 이별의 슬픔보다는 아련함에 주목하게 만든다. 특히 목도리와 장갑으로 무장한 추운 날 버스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듣는 것을 추천한다. 창문에 하얗게 입김을 불고 괜히 하트를 그려본 모습이 노래와 잘 어울리기 때문. 어느새 빨개졌던 귀에 따뜻함이 감돈다.
‘입김’이 시린 날을 따스하게 데워준다면 Cosmic boy의 <Can I Heat?>에 실린 ‘겨울’은 새해가 오기 전의 설렘과 섭섭함을 담아내고 있다. 특히 이 곡은 가사에 집중하길 바란다. 바랬지만 이루어지지 않은 것들, 초조한 불안 같은 것들을 차가운 공기 속에 불어 날리자고 말한다. 연말마다 느끼는 ‘나 잘살아온 건가’하는 의심에 ‘괜찮아.’라고 위로해주는 듯하다. 폭신한 선우정아의 노랫말은 마치 케이크 시트 같다. 그 위에 함께 피처링에 참여한 유라의 목소리가 크림처럼 부드럽게 덮인다. 음악을 다 듣고 나면 하나의 연말 케이크가 완성된다. 겨울이 충분히 무르익은 지금. 올해는 일 년을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물론 선우정아의 노래와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