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땐뽀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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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영화, <땐뽀걸즈>
땐뽀걸즈 - YouTube (들으면서 읽어보세요)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풍물놀이 동아리를 들어간 일'이라고 답할 것이다. 방학 전부를 농악전수관에서 보내고, 일상에서도 꾸준히 굿을 찾아다녔다. 주위 사람들에게 "너도 진로를 생각해야지.", "풍물이 밥 먹여주냐."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위축되기도 했다. 그들의 말처럼 굿이 이상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좋아한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계속해서 굿을 선택했다.
영화 <땐뽀걸즈>에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무언가를 꾸준히 해나가는 인물들이 나온다. 그들은 거제여상 2학년 친구들로, 대학과 취업을 앞두고 있다. 사회적 상황뿐만 아니라 각자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누군가는 생계를 위해 알바를 하고, 누군가는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다섯 동생들을 돌봐야 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매일 댄스스포츠를 춘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나 학교에서 제일 웃는 시간이 뭔지 아나? 체육 시간에 춤출 때가 제일 재밌어."
그들도 알고 있다. 댄스스포츠가 미래를 책임져 주는 것도 아니고, 자기소개서에도 한 줄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럼에도 대회를 위해 죽기 살기로 연습한다. 발에서 피가 나고 서로의 기분이 상해도 말이다. 영화를 보며 동아리 정기공연을 앞두고 연습을 하던 때가 떠올랐다. 그러다 갑자기 '대체 그게 뭐길래?'라는 뾰족한 질문이 툭 터져나왔다. 영상 속의 그 아이들은 답한다. "사람이 이렇게, 해야 된다는 게 있을 때. 그냥 좀 뿌듯함?", "차차차 베이식을 내가 엄청 못했는데, 그게 내 몸에 배어서 나중에 내가 엄청 잘하게 됐어요. 그러면 그게 좀 뭐라고 해야 되지?" 거제여상 친구들의 대답을 듣고 나서 부끄러워졌다. 사실은 내가 나에게 하고 싶었던 질문이었기 때문에. 누군가 이렇게 물을 때마다 솔직히 답하지 못했던 나의 모습이 떠올라 심술궂은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서로의 호흡이 맞춰질 때 넘실대는 쾌감. 그리고 흘린 땀만큼 달라지는 나의 모습. 아이들이 춤을 추는 이유는 내가 굿을 치는 이유와 같았다.
이 영화는 실제 거제여상 친구들과 선생님이 그대로 출연한다. 말 그대로 꾸며진 것 없는 다큐멘터리다. 그래서 더 몰입이 됐다. 나중에는 내가 저 친구들과 함께 댄스스포츠를 연습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춤을 추며 웃는 그들의 모습이, 내가 굿을 치며 만났던 친구들과 닮아 있었다. 대회를 끝마친 거제여상 친구들은 이제 미래를 위해 나아갈 것이다. 마음 한켠에 댄스스포츠라는 원동력을 두고서. 영화가 끝난 뒤 이상하게 그들 뒤에서 눈물짓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럼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그렇지만 거제여상 친구들에게서 커다란 마음을 얻었다. 좋아하는 걸 선택하는 용기. 그렇게 살아온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이해.
insta. @h.dall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