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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 달래 Feb 27. 2022

졸업교향곡.

나만의 졸업 플레이리스트.

데이레터란? 더 좋은 일상을 위한 낭만소개서. 기록하고 소개하며 일상을 의미 있게 만듭니다.


[essay]

졸업교향곡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


초등학교를 마치던 날. 눈물을 머금고 '졸업식 노래'를 부르던 날이 선하다. 중학교 때는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서 015B의 '이젠 안녕'을 틀어놓았고, 고등학교 졸업식 날에는 성인을 기념하며 맥주를 마셨다. 더 이상 '졸업식 노래'의 가사가 기억이 나지 않을 때쯤. 나는 대학교를 졸업했다. 


이놈의 대학교는 입학도 고됐는데 졸업하기란 더 어려웠다. 조건은 뭐 이리 많고 졸업을 미뤄주는 선택지들은 왜 날 고민하게 하는지. 다 함께 강당에 모여 교가를 합창하던 학창 시절의 졸업식과는 달리, 코로나까지 겹쳐 버린 대학교의 졸업식은 더 쓸쓸했다. 그래서 모았다. 나만의 졸업 플레이리스트. 입을 모아 노래를 부르진 못하더라도 당신의 졸업에 조금이나마 축하가 되길 바라본다.



1. '서울역에서 출발', 정밀아 

[MV] 정밀아 - 서울역에서 출발 

나에게 대학이란 서울과 같았다. 2017년 설렘과 두려움을 캐리어에 담고 올라온 소녀. 서울역의 수많은 정류장 속에 학교로 가는 버스를 찾지 못해 눈물이 왈칵 솟았더랬다. 서울에 아는 곳이라곤 학교, 서울역, 기숙사밖에 없어 술자리에서 '지하철 게임'을 할 때마다 술을 연거푸 마셨다. 그리고 1년이 지난 후에야 '용산역'의 존재를 알았다. 


부모님도 친구도 없는 곳에서의 대학 생활은 새로 태어난 거나 마찬가지였다. 나름 19년이나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모든 게 서툴렀다. 서울에서 첫 친구가 되어준 동기들, 외로워하는 나를 꺼내 준 기숙사 친구들, 당시에 가장 의지할 사람이 되어준 애인들. 그 사람들과 함께 울고 웃고 상처 주고 위로받으며 서울에 자리를 잡았다. 그 이후로 5년. 졸업식에 오겠다는 친구들에게 오는 길부터 환승역까지 척척 알려주었다. 그랬더니 상경 첫날 결국 버스 대신 택시를 잡아탔던 그때의 소녀가 나에게 말하는 듯했다. "서울 사람 다 됐네."


서울역에서 출발한 내 스무 살은

한 백 번은 변한 것 같아

그게 뭐 어떻다는 것은 아니고

그냥 그랬구나 하는 거예요


2. '졸업', 브로콜리너마저

[MV] 브로콜리너마저 - 졸업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그리고 고등학교로 넘어갈 때마다 불안함보다는 시작의 들뜸이 더 컸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는 지금. 아직 취업하지 못한 나는 초조한 마음에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소속감의 부재로 인한 공허함. 그게 졸업유예를 선택하게 했다. 더는 미룰 수 없어 졸업을 하게 되었지만, 사회에 완벽한 첫발을 내딛지 못했다는 생각에 자꾸만 의기소침해진다. 


나뿐만 아니라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는 친구들도 모두 그럴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찾아내기엔 4년이란 시간은 너무 짧았다. 남들처럼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을 땐 이미 늦어있었다. 사회는 더 기다려 주지 않고 우리는 밀린 숙제를 처리하듯 이력서를 내었다. 운이 좋게 하고 싶은 걸 찾아낸 친구도 있었다. 하지만 그도 열정을 돈으로 메꿔가며 꿈을 이뤄야 했다. 물론 삶 속에서 지금 시기가 다는 아니지만, 누구보다 어두운 터널 안에 있다고 생각할 나의 친구들에게 이 노래를 바친다.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해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잊지 않을게


3. '나에게서 당신에게', 정우

[온스테이지2.0] 정우 - 나에게서 당신에게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행사들은 모두 축제 같았으면 했다. 졸업식, 결혼식, 장례식 등등. 무언가를 일단락하는 자리에서 '고생했어.'라며 그 순간을 즐기고 싶기 때문이다. 앞날에 대한 걱정보다는 말이다. 대학을 다니며 어떤 날들이 있었든 '졸업'이라는 단어 아래 매듭지어진다. 축하와 함께 받은 꽃은 절로 함박웃음을 띄게 만든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은 애틋함에 절로 포옹하고 싶어진다. 큰 천막 치고 밤새 춤을 추진 않았지만, 그런대로 축제 같은 졸업식이었다.


정우의 '나에게서 당신에게'도 마찬가지다. 졸업을 생각하며 만들었다는 이 노래는 남은 친구들이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 그동안 즐거웠다는 말을 담았다. 그래서 슬프기보다는 희망차다. 듣고 보니 모든 이별에 굳이 눈물이 필요하진 않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은 어려웠고, 미래는 두렵지만 그래도 나는 웃으면서 이곳을 떠나기로 했다. 친구들아 잘 있어!


아픈 것은 아픈 대로

예쁜 것은 예쁜 대로

이제 모두 충분해서

멀리멀리 떠나는 거지

나는 구름의 강으로 가노니 

못다 한 말은 햇살에 띄워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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