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카페 '평화와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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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평화와 평화'
조금 다르고 싶은 날이 있다. 매일 먹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두고 아인슈페너가 마시고 싶은 그런 날. 그럴 때 나는 새로운 카페를 찾아다닌다. 어쩌다 한번 마주치는 환기의 시간을 더욱 소중히 보내고 싶어서일까. 카페를 고를 때면 더욱 신중해진다. 이때 나에게 몇 가지 기준이 있다. 첫 번째는 음료와 디저트가 맛있을 것. ‘카페’라는 공간의 기본 목적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영감을 주는 공간일 것. 인테리어를 보는 안목은 없지만 공간의 분위기에서 오는 색다름을 좋아한다. 마지막으로 이야기가 담긴 곳일 것. 누군가의 말소리, 손끝에서 나오는 글, 그리고 카페가 가진 고유한 이야기가 있는 곳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꽤 까다로운 조건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 이 모든 걸 충족시키는 카페를 발견했다. 바로 전주에서 말이다. ‘평화와 평화’는 인스타그램에서 발견하고 몇 달을 벼르다가 방문하게 되었다. 붐비는 전주의 객사길을 벗어나면 한적한 웨딩골목이 나온다. 사뭇 다른 모습에 기웃거리다 보면 곧은 글씨로 프린트된 ‘평화와 평화’를 발견할 수 있다. 찾기 어려운 곳이라고 느낄 때쯤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지도가 없어도 길을 걷는 사람들.’이라는 문구가 밟혔다. 급하게 지도 앱을 끄고 아날로그의 세계로 들어갈 준비를 했다. 문을 열고 들어선 평화와 평화는 예상한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읽고 쓰는 공간이기에 차분한 분위기를 상상했다. 하지만 ‘전주 사람들 다 여기 왔나?’ 싶을 정도로 북적거렸다. 주말의 피크 시간에 방문했기 때문이리라. 조용히 공간을 둘러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에 조금 아쉬움이 들었다. 웨이팅하며 카페를 살펴보았다. 큰 창으로 탁 트인 전경과 각양각색의 의자들, 그리고 사이사이를 채우는 식물들까지. 가만히 이곳을 바라보고 있으니 저마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오히려 조화롭게 느껴졌다.
평화와 평화는 ‘커피를 내리고 어울리는 디저트를 만듭니다.’라고 말한다. 소개에서 공간뿐만 아니라 카페라는 본질에도 충실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궁금한 메뉴들 사이에서 많은 추천을 받은 아인슈페너와 플레인 휘낭시에를 주문했다. 주문한 음식은 자리로 가져다준다. 더불어 세심한 설명을 덧붙인다. 설명해주는 직원의 말에서 맛에 대한 확신이 엿보였다. 너무 꾸덕하지 않은 크림은 아래에 깔린 커피의 맛을 단단히 받쳐준다.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커피와 크림을 함께 맛볼 수 있었다. 귀여운 모양을 한 휘낭시에는 바삭한 겉면을 지니고 있다. 직원의 설명처럼 아인슈페너의 크림에 콕 찍어 먹는 맛이 별미였다. 단, 평화와 평화를 방문할 일정이 있다면 점심은 조금만 먹는 것을 추천한다. 휘낭시에를 한입 맛보고 나면 ‘몇 개 더 시킬걸.’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기 때문이다.
평화와 평화는 모든 이야기를 단순하게 풀어낸다. 선을 이용한 디자인과 모두 알고 있는 단어를 나열한 것이 그렇다. 창문과 쿠폰, 포스터 등 곳곳에 뻗어진 선들이 묘하게 감각적이다. 직선과 직선을 교차한 것뿐인데 말이다. 곳곳에 붙어있는 문장들은 평화와 평화의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화분에 맺힌 열매들’, ‘추억하면 행복해지는 것들.’ 등 어렵지 않지만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만든다. 자극적인 것들이 세상을 채우고 있는 요즘. 자칭하여 단조로움을 표하는 평화와 평화에 방문해보자. 무해한 아름다움이 내면에 평화를 가져다줄 테니.
insta. @h.dall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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