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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 달래 Nov 28. 2021

코미디 부활의 시작.

KBS 코미디 서바이벌, <개승자>

데이레터란? 더 좋은 일상을 위한 낭만소개서. 기록하고 소개하며 일상을 의미 있게 만듭니다.


[culture]

코미디 부활의 시작.

KBS 코미디 서바이벌, <개승자>



개그콘서트가 끝나던 날을 기억한다. 마지막으로 밴드 음악이 울려 퍼지고 코미디언들이 눈물을 보이던 그날을. 그때 이후로 티비에서 코미디언들을 보기 힘들어졌다. 가끔 선배들이 방송에 나와서 우리 후배들이 설 무대가 없다는 말을 남길 때, 안타까움을 느끼는 게 다였다. 물 맞는 조연으로, 대사 한 마디의 엑스트라로 출연하던 코미디언들은 하루아침에 어느 방송에서도 불러주지 않는 백수가 된 셈이다.


그러다 어느 날 발견한 <개승자>라는 프로그램.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선배 코미디언들이 모여 후배들과 코너를 꾸민다. 이전의 개그 프로그램과 다른 점은 서바이벌 형식이라는 점이다. 방청객인 개그 판정단은 어떤 코너가 더 좋았는지 투표한다. 그리고 투표를 통해 매 라운드 탈락팀이 정해진다. <개승자>를 보는 내내 오랜만에 얼굴을 비추는 코미디언들이 많이 보였다. 숨기지 못하는 그들의 웃음과 울음에서 얼마나 무대를 그리워했는지 느껴졌다. 코너를 짜면서도 눈물은 멈추지 않는다. 방송을 쉬면서도 계속 아이디어를 모아 왔다는 사람, 막막하지만 무대가 생긴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사람, 후배들이 주목받을 수 있도록 우승의 각오를 다지는 사람들. ‘1등도 좋지만 이 순간 방송에서 자신들이 짠 개그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설레고 행복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승자>는 방송 전부터 코미디의 부활이라는 많은 관심과 함께 첫 방송에서 5%의 낮지 않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대중들 또한 개그 프로그램을 그리워했다는 말이다. 1년 5개월 만에 살아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은 모두에게 감출 수 없는 설렘을 주고 있다. 


한때 모든 사람들이 유행어를 알 정도로 코미디는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참신하지 않은 개그와 시의성을 놓쳐버린 코너들로 외면받게 되었다. 누군가를 비하하고, 원초적인 감정만이 웃길 수 있다는 생각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간절한 마음이 모여 생긴 무대인 만큼 사회의 흐름에 걸맞고 마음 놓고 웃을 수 있는 코미디가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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