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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 달래 Nov 21. 2021

나비가 되기까지.

데이레터란? 더 좋은 일상을 위한 낭만소개서. 기록하고 소개하며 일상을 의미 있게 만듭니다.


[essay]

나비가 되기까지.



성장하기 위해서는 항상 허물을 벗어야 한다. 애벌레에서 번데기가 되기까지의 순간은 굉장히 달콤하다. 무언가 되는 느낌과 성장하고 있다는 뿌듯함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번데기가 된 순간 맞이한 건 딱딱한 갑옷이리라. 우리는 그걸 ‘슬럼프’라고 부르기도 한다. 나에게 슬럼프는 꼭 잘하고 싶은 일에만 나타났다.


고등학교 때 사회탐구는 항상 만점을 받는 효자 과목이었다. 하지만 수능 50일 전, 한국지리에서 갑자기 20점 대가 나왔다. 몇 번의 모의고사를 풀어봐도 점수는 오를 생각을 안 했다. 급하게 과목을 바꿔야 하나 상심에 빠져 있던 중. 인터넷 강사 이지영의 영상을 보게 되었다. 나와 마찬가지로 수능 전에 갑자기 점수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영상에서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천국은 없다.”라는 말이 확 다가왔다. 다른 과목으로 바꿔도 똑같이 점수가 부진할 때가 있을 거라며 오히려 탄탄하게 공부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마음을 다시 다잡았다. 한국지리 오답노트를 만들고 처음부터 찬찬히 훑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수능 때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이번에 MIRROR에서 기사를 작성하면서도 이런 감정을 겪었다. 그전 호들까지는 굉장히 성장하고 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이번 21호에서는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마음에 드는 글이 나오지 않았다. 나는 재능이 없는 걸까, 이 길은 아닌 걸까 하고 좌절감에 빠질 무렵 고3 때의 상황이 떠올랐다. 나는 또 도망치고 싶어 했던 것이다. 그때 깨달았다. 잘하고 싶었구나. 해결 방법은 없었다. 그때 했던 것처럼 계속 쓰고 노력하고 나를 믿어야 했다. 여전히 술술 써지진 않았지만, 자리에 앉아 할 수 있는 것들을 했다. 기사를 쓰고 읽고 다시 고치고를 반복했다. 최종 기사가 마감된 오늘. 결국 나는 마음에 드는 형태로 글을 완성했다.


우리는 보통 슬럼프를 극복하고 싶어 한다. 슬럼프라는 구멍에 빠진 내가 한 번에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기를 바란다. 하지만 한번 겪고 나면 안다. 그렇게 되는 일은 없다는 걸. 오래 걸릴지라도 차근차근 흙을 쌓아 오며 올라온 사람이 다시 그 구멍에 빠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하던 걸 한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봤던 “안되면 울어. 그리고 다시 해.”라는 말처럼. 아, 물론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나에게 한 마디의 위로는 필수다.



insta. @h.dall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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