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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 달래 Nov 14. 2021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

책 <해가 지는 곳으로>, 최진영

데이레터란? 더 좋은 일상을 위한 낭만소개서. 기록하고 소개하며 일상을 의미 있게 만듭니다.


[culutre]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 

책 <해가 지는 곳으로>, 최진영



나는 가끔 표지만 보고 책을 고른다. 선택할 게 너무 많은 세상에서 조금이나마 고민을 줄이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랄까. 최진영의 소설도 그렇게 만났다. 노란색에 아기자기한 일러스트가 들어간 표지가 예뻐 ‘겨울방학’이라는 소설을 읽게 된 것. 하지만 겉모습도 잠시. 그 안의 유려한 문장과 살아있는 묘사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렇게 나는 최진영의 팬이 되었다.


흔히 ‘필모 깨기’라고 하지. 한 소설가의 팬이 되었으니 나도 최진영의 소설 깨기에 돌입했다. 그 첫 번째로 선택한 책이 바로 <해가 지는 곳으로>다. 2017년에 처음 출간된 이 책은 바이러스로 인해 비극을 맞은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생존하기 위해서 약탈하고 죽이고 숨는 사람들,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희망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을 생생히 묘사한다. 그 모습을 읽고 있으니 문득 무서워졌다. 지금의 팬데믹 시대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하지만 최진영의 소설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어둠만이 짙게 깔린 재난 상황이지만 그 안에 숨 쉬고 있는 사랑을 꼭 찾아낸다. 그 사랑은 현실과 대비되어 더욱 빛난다. 비극적인 상황이었기에 주인공들은 서로의 상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최진영은 소설로 온전한 사랑을 비춘다. 


우리는 각자의 삶에서 어떠한 불행한 연유로 인간성을 잃기도 한다. 바이러스는 소설의 배경 설정이지, 사실은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는 거다. 하지만 최진영은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사랑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망한 줄도 모르고 세상을 떠도는 유령이 될 거라고. 


언젠가부터 사랑 타령하는 소설들에 진부함을 느꼈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이성 간의 연애’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지루했던 것. 내가 최진영의 소설을 좋아하는 까닭은 그 안에 온갖 종류의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글자 하나하나로 이루어진 길을 따라가다 보면 해가 지는 곳으로 갈 수 있으리라. 그곳엔 사랑이 잔뜩 남아 유영하고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해 본다.



                                                                        insta @h.dall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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