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5-28
Yul의 학교 친구 엄마들과 차를 마시는 자리였다.
참고로 Yul은 외국인 학교에 다닌다.
“선생님 상담하는 날 아이 부족한 게 뭐인지, 어떤 것을 집에서 도와주면 좋을지 물어봤는데 선생님이 대답을 못하더라고요. 그런 거 없다고 쿨하게 말씀하셨어요.”
“맞아요. 저도 그랬어요. 작년 1B 담임은 집에서 서포트해야 할 거 얘기해주고 학습적으로 좀 더 푸쉬하는 편이었는데… 저는 그 분이랑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그러게요, 미국 선생님들은 너무 이지고잉인 것 같아요."
이 대화를 들으니 내가 6개월 전쯤 상담했던 날도 떠올랐다. 나 역시 Yul이 부족한 게 무엇이고 그 부분을 보강해 주려면 집에서 어떤 것을 도와줘야 할지 물었다. 미국인 선생님의 답변은 ‘Yul은 너무 잘하고 있고 부족한 게 없다. 책 많이 읽어주는 거는 중요하다’였다.
그리고 이날 그녀들의 대화들 뒤로, 나 홀로 선생님들의 대화도 상상해 봤다.
“한국 엄마들은 꼭 아이들 부족한 거를 물어봐요.”
“그러게요. 뭐가 그렇게 불안한 걸까요?”
“미래가 열려 있다면, 강점을 찾아 잘 키워줘야겠다고 생각하겠지요. 그런데 이곳은 대학 입학이라는 한 가지 기준으로 줄을 세우니 이미 답은 정해 졌어요. 그래서 강점을 탐구할 필요가 없는 거예요. 이제는 경쟁인 거죠.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가려면 부족한 것을 채워야 하니까요.”
"각자 가진 강점이 달라 한명 한명 너무 특별한 아이들인데, 너무 안타까워요.”
이런... 나는 임의로 Yul에게 주어진 미래의 가능성을 다 닫고, 한 가지 기준만 생각하고 있었다.
다음번 상담에서는 선생님이 관찰한 Yul의 강점이 무엇인지 꼭 물어봐야겠다.
너무 궁금해진다.
내가 본 Yul의 강점은 ‘뛰어난 사람 관찰력’이다.
할머니 머리 자른 날은 귀신같이 알아보고 ‘할머니, 머리 잘랐어요?’라고 묻는다.
그럼, 할머니는 ‘아이고, 딸보다 낫다. 할머니 미용실 갔다 온 건 Yul만 아네.’라고 즐거워하신다.
TV에서 잠깐 본 캐릭터도 금방 그 특징을 잡아내 기가 막히게 따라 한다.
‘목격자’가 직업이라면 분명 상위 1% 안에 드는 세계적 ‘목격자’가 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