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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How가 아니라 Why이다.

by 조은돌

빠르게 뭔가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what과 how가 중요하다. 일머리라는 것은 대개 이런 것들을 수완 좋게 알아내고 처리하고 실행하는 재주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것을 빠르고 숙련되게 처리하는 사람들은 모든 팀에서 모셔가려고 하는 일잘러이다.


하지만 직급이 올라가면 일잘러에서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전체를 조망하고 왜 이것을 해야 하는지의 방향성을 잘 잡아야 한다. 그다음에야 무엇과 어떻게가 따라 나온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 보고서를 잘 만들지만 왜 보고서를 만들어야 하는지를 잘 모른다면 그는 아직 실무의 일잘러 수준이다.


대부분 일잘러의 한계는 팀장이나 임원으로 승진하게 되면 나타나게 된다. 팀원들이 처리하는 일을 본인이 더 잘 능숙하게 핸들링할 수 있고, 사실 그 역할을 잘 수행해서 진급한 것이겠지만 일일이 참견하고 못 마땅하면 자신이 그 일을 직접 수행하기도 한다. 마이크로 매니저로서 일마다 참견하는 참견꾼이 되는 것이다. 그 이후의 전개는 다들 알고 있는 바이다. 본인은 점점 일이 많아져 가고, 직원들은 직원들대로 의욕과 자신감을 잃어 가고, 팀장의 잔소리에 진저리를 치게 된다.


때가 되면 기획과 방향성 수립, 전략 실행으로 능력치의 레벨이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야 되는데 그렇게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자기가 지금껏 나름 잘해왔던 영역에서 잘 알지도 못하고 잘 하지도 못하는 영역으로 넘어갈 지혜와 용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근대화라는 시기에 선진국의 제도와 문물, 기술을 빠르게 가져와서 벤치마킹해서 우리 것으로 내재화해서 발전을 거듭해 왔다. 여기에 why라는 고민은 거의 생략하고 what과 how에만 초점을 맞춰서 우리 현실과 실정에 맞는 것을 가져다 적용하는 데에만 열을 올렸다. 그래서 여기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다. 정치, 사회, 교육, 복지 제도에서부터 기업 운영 방식, 제품 설계 디자인, 양산 기술 등 벤치마크할 것들 거의 전부를 열심히 가져다가 적용하고 더 낫게 개선하고 새롭게 혁신해서 지금의 성공을 일구어 냈다.


이제는 더 이상 벤치마크라고 쓰고 베끼기라고 읽는다 할 대상이 점차 없어지고 있다. GDP 3만 5천 불, 세계 10위 무역대국에 들어서자 선진국의 문물과 제도라고 해도 이제는 우리와의 격차와 시차가 거의 없어서 확실히 검증된 것들이 아닌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제는 우리 사회 전체가 사회의 발전방향과 전략방향에 대한 고민을 직접 해야 할 시점이다. 선진국을 베끼다가 선진국을 넘어서긴 했지만 그 다음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꼬꾸라진 반면교사가 바로 우리 옆에 있다. 일본.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우리는 일잘러에서 시대와 역사를 조망하고 더 나아갈 방향을 스스로 설정하는 생각 머리가 있는 나라로 변신해야 한다.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서 이젠 how로 달려갈 것이 아니라 why를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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