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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거품일까 미래일까?

코인, NFT는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by 조은돌

최근에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뜨고 난 다음부터 이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다. 원래 있던 AR, VR 기술에 코인이나 NFT를 엮어서 뭔가 그럴듯하게 만들어낸 거품에 불과하다는 주장과 인터넷 다음의 거대기술, 거대변화의 시발점이다라고 하는 주장이 자주 부딪치는 양상이다.


메타버스는 거품일까? 아니면 진짜로 도래할 뭔가 거대한 변화일까?


AR, VR기술이 나온 지 꽤 되었지만 아직은 변곡점을 넘어서 폭발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3D구현의 기술적인 한계로 만족스럽지 못한 화질과 어지러움. 무거운 고글을 장시간 착용해야 하는 사용자의 불편함을 아직은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오큘러스 퀘스트3가 나오면서 뭔가 기술적인 돌파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는 양상이다. 3D화면의 한결 발전된 자연스러움과 감당할 만한 고글의 무게. 컨텐츠의 다양성. 수용 가능한 가격. 오큘러스7 정도의 버전이 나올 2030년이 되면 어떻게 되어 있을까? 상상해 보면 아마도 진짜 다양한 3D 컨텐츠와 게임, 시물레이션이 나오고 현실과 가상을 분리하지 못할 정도의 고해상도 화면이 3D로 눈앞에 펼쳐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세상이 오면 뭐가 변하고 뭐가 변하지 않을까? 새로운 기술이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기술 그 자체의 탁월함보다는 사회경제적으로 몇 가지 조건이 갖춰야 한다.


첫째가 제공하는 가치가 기존 것보다 더 우위에 있어야 한다. 메타버스에서 검색하는 것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하는 것보다 더 나은 점이 있어야 한다. 메타버스로 게임을 하는 것이 PC로 하는 것보다 더 리얼하거나 다른 뭔가의 밸류가 있어야 한다. 비용도 적절한 수준이어야 한다. 지금보다는 앞으로의 메타버스가 비용우위의 플랫폼으로, 더 나은 몰입감과 생생함을 전달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다. 그걸 뒷받침할 기술적 진보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둘째는 확장성이다. 처음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 찾아볼 수 있는 것이라고 해봤자 고작 기업들의 홍보용 홈페이지이거나 개인들의 블로거 정도였었다. 그러다가 동영상으로 넘어왔고, 이제는 스마트폰에 담겼다. 텍스트와 사진에서 동영상으로 그리고 이젠 3D로 넘어가는 중이다. 그걸 가능하게 하는 것은 대용량의 데이터를 처리해 주는 CPU, GPU의 발달과 5G, 6G로 진화하고 있는 통신, 부드러운 하지만 쉽게조작가능한 3D엔진의 소프트웨어적인 발전이다. 인터넷은 초창기 텍스트나 자료를 검색해서 찾아보는 수준으로 시작하였지만 곧 온갖 상품의 상거래가 일어나고 영화와 드라마를 보고 소셜활동이 펼쳐지는 확장성을 보여줬다. 메타버스는 3D로 새로운 세상을 열 것이다. NFT를 만들어서 코인으로 사고파는 세상이 열리고, 고글을 끼는 순간이 출근이고 벗는 순간이 퇴근인 시대가 올 것이다.


셋째가 인간의 본능을 더 잘 충족시켜주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 인터넷 또는 스마트폰보다 확실히 더 나은 가치가 무엇일까? 3D의 생생함과 몰입감과 사용의 편의성일 것이다. 키보드와 자판이 사라지고 음성과 손짓으로 모든 게 처리될 것이다. 물리적인 육체를 끌고 이리저리 다녀야 하는 번거로움이 거의 사라지게 될 것이다. 지금도 인터넷 또는 인터넷기반의 환경이 그런 역할을 수행하긴 한다. 재택근무를 하지만 대개는 여전히 자주 사무실 출퇴근을 해야 하고, 파트너나 협력사분들과 미팅을 하러 물리적으로 이동해야 한다. 출장도 가야 한다. 때로는 마트도 가야 하고 편의점도 가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해내야(?) 하는 상당수의 많은 번거로운 일들을 메타버스로 옮기고 거기서 수행할 수 있다면?


마트에 직접 가서 물건을 보고 가격을 보고 사는 게 편한가, 네이버나 쿠팡에서 검색한 다음 가격 비교하고 리뷰 보고 구매 버튼을 누르는 게 편한가? 성별과 연령과 취향에 따라 다를 것이다. 무엇을 사느냐에 따라서도 다를 것이다.


이제 다음 문제는 스마트폰의 쿠팡앱을 열어서 물건을 사는 것과 고글을 쓰고 메타버스로 구현된 쿠팡에 들어가서 물건을 사는 것. 어느 것이 더 나은 쇼핑 경험이 될까? 성별과 연령과 취향에 따라 다를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MZ세대는 메타버스에서 쇼핑하는 것을 더 선호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인간은 동일한 또는 더 저렴한 비용으로 더 강렬한 자극과 만족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가 나온다면 당연히 그것으로 넘어간다. 매일 해오던 습관과 행동을 바꾸게 만드는 것은 더 큰 효용이고 더 강렬한 만족이다. 메타버스는 지금의 인터넷, 스마트폰이 열어놓은 세상보다 더 나은 경험과 몰입감 그리고 재미와 만족을 줄 가능성이 매우 높은 플랫폼이다. 여러 가지 기술의 조화로운 발전이 구현 가능성을 점점 높여가고 있다.


메타버스는 거품이거나 반짝할 가능성보다 다음 세상을 열어 줄 기술기반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인터넷에서 옷을 어떻게 사?" 정확히 25년 전 신혼 때 제 아내가 저에게 한 이야기이다. 지금은 그런 이야기한 것을 기억하지도 못할뿐더러 인터넷으로 옷을 잘만 산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매장을 돌아다니며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는 고단한(?) 작업보다는 인터넷에서 손가락으로 클릭하는 노동이 훨씬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메타버스나 코인, NFT가 무슨 사기이거나 이상한 이야기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터넷이 처음 나왔을 때 그게 이런 무한한 정보탐색의 플랫폼, 상거래 플랫폼, 소셜 활동의 플랫폼으로 진화할 거라고는 거의 아무도 제대로 상상하지 못했다. 스마트폰이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폰에 탑재된 앱에 그렇게 빨리 적응하고 24시간 눈을 떼지 못하고 애용하게 될 줄 몰랐다.


메타버스는 조만간 폭발할 것이다. 내년엔 그 시작이 될 것이고, 2-3년 안에 폭발할 것이다. 그리고 세월이 조금 지나고 나서 미래의 젊은 세대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듣게 될지도 모르겠다.


"예전엔 사람들이 그 조그만 스마트폰으로 쇼핑을 했다니, 어떻게 그게 가능한 일이었지?"

"매일 아침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해서 사무실에 모여서 일을 하였다니.... 얼마나 원시적이고 무식한 일이야. 예전엔 진짜 비효율적으로 살았네."

"예전엔 BTS 공연표를 구하기 위해서 시간 맞춰서 광클릭을 하고, 또 직접 공연장에 가서 봤데...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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