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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에도 여전히 아는 것이 힘일까?

모른다는 것을 알아야...

by 조은돌

요즘 뭘 좀 배운다. 오랜만에 공부를 해보면서 느끼는 점은 뭘 알아 간다는 게, 또 다른 편견이나 아집을 쌓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아는 것이 힘이다 vs 모르는 것이 약이다

힘을 고를 것인가, 약을 선택할 것인가? 인생살이에서는 힘이 필요할 때도 있고, 약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래서 배우면서 한편으론 또 의심하고 버려야 한다.


하바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예전에 읽은 분석기사가 생각난다.


제목이 "How to unlearn the learned"였었다. 배운 사람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지식을 다시 비워내는 방법,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에서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다 보면 변화를 거부하고 제일 걸림돌로 작용하는 사람이 누구일까? 역설적이게도 회사를 오래 다녀서 제품과 사업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많은 사람이더라라는 게, 조사결과였다. 그래서 나온 게, 어떻게 기존 지식과 경험을 털어 내고 변화에 동참하게 할 것인가를 일갈한 기사였다. 정작 그 방법에는 대단한 뭔가가 없었던 것 같다. 제목만큼 인상적이진 않았던 듯.




지금은 뭔가 배운다는 것은 무엇을 모르는지를 알아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남들보다 더 많은 정보와 지식을 머릿속에 집어넣는 게, 별다른 경쟁력도 아니고 자랑거리도 아닌 시대가 이미 왔다.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손가락 몇 번 클릭하면 인류가 지금까지 축적한 엄청난 정보와 지식에 순식간에 접근할 수 있는 시대다.


검색을 넘어서 AI의 시대가 곧 도래한다. 검색조차 필요 없어진다는 이야기다. 대부분의 질문에 잘 정리된 형태로 답변이 나오는 시대로 진입할 것이다.


이런 시대에도 여전히 아는 것이 힘일까?



정보와 지식이 인간사이에서 균일하게 분포하지 않을 때 특정 정보의 획득은 정보비대칭이라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 너는 모르는 고급정보를 나는 알고 있다는 게, 너를 이길 수 있는 경쟁력이었다.


이젠 정보의 민주화시대다. 누구든지 필요한 정보에 대해 생각만 있으면 순식간에 접근할 수 있다.


이제는 아는 것이 힘이 아니다. 역설적이게도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 힘인 세상이다.


모른다는 것은 안다는 것의 한계를 안다는 것이다. 생각하는 힘이다. 모른다는 것을 통찰하는 힘은 구글이나 ChatGPT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무엇을 모르는지 알려면 생각과 사유를 깊이 있게 해야 한다. 모르는 것을 깨쳐 나가는 것이 진정한 공부다.


지식과 정보를 넘어서서 통찰과 깨달음 그리고 참된 실천으로 이어져야 비로소 공부는 삶의 힘이 된다.


생각하는 힘. 논리적인 추론과 직관적인 통찰로 지식 저 너머를 조망할 줄 아는 힘이 AI시대 인간의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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