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원래 불의 계절이고 더위의 계절이지만 올해는 무더위란 어떤 건지 본때를 보여주기로 작심한 여름같았다.
유난히 더웠고 유난히 비가 많이 왔다.
한증막 같은 더위에 늘어지기도 게을러지기도 했다.
대지가 불볕더위에 삶아지듯 데워지고 비그친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자주 피어올랐다.
추석이 다가오자 열기가 식기 시작한다. 땅이 가장 먼저 아는 듯.
지구는 한 치의 오차 없이 정확한 공전주기로 우리를 제 때에 가을로 데려간다.
아직은 절기의 변화가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를 이겨낼 수 있어 다행이다.
가을이 오고 있다.
편의점 테이블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아이에게서 잠깐 비친 평화를 본다. 유격훈련을 마치고 검게 타서 휴가 온 아들이 안쓰럽고 대견하듯 한여름의 더위를 지나온 아이의 홍조 띤 빰도 대견하다.
곧 한가위다.
올여름 더위 속에서 자신을 지켜 내느라 고군분투한 당신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한가위 연휴엔 자신에게 여유와 풍족한 마음을 선물할 수 있길. 사랑하는 사람도 안아 줄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