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는 본능을 이기지 못한다.
뭔가를 꾸준하게 해내는 지속력과 끈기있는 사람을 보면 존경스럽다. 대개 그런 분들은 뭔가를 성취하고 나아가서 결국엔 일가(一家)를 이뤄 내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의 경우 굳은 결심을 하더라도 대개 작심삼일이거나 중도에 포기하고 만다.
이렇게 끈기있게 뭔가를 해내는 사람과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보통 사람들도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해내는 일들도 많다. 다양하게.
기본적인 욕구와 관련된 것들 - 숨쉬기부터 먹는 것, 자는 것, 쉬고 노는 것 등
재미로 하다 보니 꾸준히 하게 된 것들 - 게임, TV, 영화, 독서, 술 마시기, 쇼핑, 친구와 어울리기 등
중독성이 강해서 습관으로 굳어졌거나 다크 플레저로 진행된 것들 - 흡연, 음주, 마약, 도박, 섹스 등
반면 사람들이 꾸준히 하고 싶어 하지만 작심삼일로 실패하는 것들은 개인의 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되지만 여간해서는 꾸준하게 하는 습관이 들지 않는 것들이다.
공부, 운동, 다이어트, 독서, 글쓰기, 근면성실 직장생활, 다양한 자기계발 등등
호기심이 생겨서 해보고 싶고, 퀘스트 중간 중간에 적절한 보상이 주어지면 초기 중독의 조건이 만들어 진다. 도파민이 분비되는 도파미네이션 과정이 진행되기 시작한다. 점점 더 레벨이 올라가면서 보상도 강화된다. 이제 중독의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도파민이든 무엇이든 중간에 적절한 보상이 있냐 없냐의 차이가 손쉽게 습관을 내재화하느냐 못하느냐를 가르게 된다.
큰 게임회사에는 심리학을 전공한 박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이들은 게임을 설계할 때 어떻게 레벨마다 적절한 수준의 도전과 보상을 주어서 사용자가 만족을 느끼면서 게임에 중독되게 만들지를 디자인한다. 능력치에 비해서 도전이 너무 어려워 보상을 획득하기가 쉬워 보이지 않으면 많은 다수의 사용자가 중도에 포기하고 게임을 그만 둬 버린다. 퀘스트가 너무 쉬워서 보상이 너무 손쉽게 주어줘도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난이도에 따라서 골드나 보물상자라는 보상을 제공해서 자기가 뭔가를 잘하고 있다는 자기 효능감을 충족시켜줘야 한다. 그렇게 도파민 분비가 효과적으로 잘 일어나도록 노력-성취-보상이라는 피드백 구조를 정교하게 레벨에 맞춰서 설계한다. PC방을 떠나지 못하고 컵라면으로 때우면서 며칠 밤을 꼬박 새우게 만드는 중독성 강한 폐인 메카니즘이 탄생하는 것이다.
우리도 우리가 원하는 것을 꾸준히 하는 지속력을 만들어 내고 싶으면 게임 설계자의 이런 심리적 메카니즘을 나에게 맞게 잘 활용해서 적용하면 된다. 쉽고 재미있게 시작하도록 하고, 중간 중간에 자신에게 적절한 보상을 주도록 설계한다. 처음엔 조그만 성취를 느끼고 만족하도록 한다. 이렇게 진입을 용이하게 하도록 쉽게 진행하다가 어느 정도 레벨이 오르면 더 강화된 메카니즘으로 넘어 가도록 한다. 다만 이런 공부, 운동, 자기계발 류의 양질의 퀘스트는 따로 강력한 보상을 제공할 필요가 없다. 이런 퀘스트는 중급이상의 레벨을 넘어서면 도전과 성취 그리고 정신적 만족이라는 강력한 보상메카니즘이 저절로 작동한다. 그래서 더욱 강력한 중독과 습관의 단계로 넘어가게 되고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해낼 수 있는 지속력을 확보할 수 있다.
어떤 분야의 어떤 일이든 일을 시작하는 초기진입 세팅과 습관화의 메카니즘을 잘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보통 의지력과 실천력이 높다고 여겨지는 일상생활 여러 분야에서 만렙을 보유한 달인들이다. 그들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이런 메카니즘을 본능적으로 만들어 쓸 줄 안다.
그래야 꾸준하게 지치지 않고 해 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