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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돌 Oct 18. 2023

남몰래, 나몰래하는 선행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금강경을 보다 가장 인상적으로 느낀 부처님 말씀이다.


내가 일체 모든 중생을 다 구제했지만, 사실은 한 중생도 구제받은 이가 없다.


공덕을 베풀되 그 공덕을 베풀었다는 마음조차 담아 두면 안 된다. 아예 내가 한 게 하나도 없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처음엔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내가 모든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마음을 내라고 가르치시고는 곧 자신은 수많은 중생을 구제했지만 한 명도 구제한 사람이 없다?


뭔 소리지?


결국 부처님 말씀은 내가 뭔가 선행을 베풀어서 타인을 구제, 구원하였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그 선행에 따른 대가 즉 복이나 행운 또는 천당을 바라는 마음이 생겨남을 경계하시고 그런 생각조차 갖지 말라고 깨우침을 주신 것으로 이해된다.


우리는 가까운 사람이든 먼 사람이든 뭔가를 베풀거나 주게 되면 그 대가를 은근히 또는 노골적으로 기대하게 된다.


내가 베푼 만큼 또는 준 만큼 되돌아오지 않으면 마음에 상처를 입기도 하고 또 화를 내기도 한다. 심할 경우 관계에 문제가 생겨 끊기기도 한다.


선행을 하였는데 결과는 하지 않음만 못하다? 그래서 대가 없는 선행을 행하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마태복음 6장 1절에서 예수님도 말씀하셨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남몰래하는 선행은 복을 짓는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선행이어야 진정한 복을 짓는 선행이다.


부처님과 예수님, 두 분 모두 (福)짓는 선행의 작동 메커니즘을 정확히 깨치고 일깨워 주셨다.


우리는 착한 일, 남을 도와주는 일을 하고 뭔가 스스로 뿌듯해하거나 복을 기대한다. 착한 일에 대한 마일리지가 천국에서 차곡차곡 쌓이기를 바란다. 그 대가로 기도하고 소원을 빌면 그것이 이루어 지길 바란다.


그 바람이 이뤄지지 않으면 서운해하고 상처받고 화를 낸다. 애써 한 선행의 공덕조차 스스로 까먹어 버린다. 오히려 업장을 짓는다.


남몰래하는 선행. 나아가서 나도 모르게 하는 선행. 내 마음에 담아 두지 않는 선행이 예수님, 부처님이 말씀하신 선행이다.


남도 모르게, 나도 모르게 어떤 선행을 해볼까,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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