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화내는 것
오만과 교만
아직도 수양이 덜 되었다는 것을 느낀 한 주다. 사소한 말다툼으로 시작된 아내와의 언쟁이 결국 과거사(?)까지 언급되면서 제법 큰 싸움으로 번졌다. 뒤늦게 수습에 나서서 진화를 하긴 했지만 그 후유증이 오래가고 있다.
아내는 한 번 상처를 입으면 화해를 하더라도 빠르게 원상 복구가 되지 않는 여린 타입이다. 적어도 원래 상태로 돌아오려면 짧으면 일주일, 길면 2~3주가 걸린다. 아직 일주일째 원 상태로 못 돌아오고 있다. 불편하고 까끌까끌한 집안 공기 속에서 며칠째 살고 있다.
마음공부와 마음 챙김을 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수양을 한다면서 참 꼴사납게 되었다. 아직도 한참 멀었구나.
그래서 오늘은 화가 왜 나는가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봤다. 대부분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 또는 내가 원하는 것이 내 마음대로, 내 뜻대로 되지 않거나 상대방으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화가 난다. 내 욕구와 요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화가 난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자. 내 뜻대로 내 맘대로 되지 않으면 왜 화가 날까?
나의 생각, 나의 뜻, 나의 마음이 이치에 맞는 것이기 때문에 세상과 주변 사람들이 그 뜻을 따라야 한다. 그런데 이를 무시하고 딴 이야기하면서 내 말을 듣지 않으니 화가 난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아무래도 뭔가 이상하다.
세상과 주변 사람들보다 나의 생각이 옳다는 것은 확실한가? 증명할 수 있는가? 당신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닌가? 만약 당신이 틀렸다면? 당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세상과 주변에 더 좋은 것 아닌가. 당신이 화를 내는 횟수만큼 당신과 주변, 세상과 의견이 맞지 않았다면 그 화가 난 횟수만큼 당신이 항상 옳았고 세상과 주변사람들이 틀렸었다는 건데, 정말 그렇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만약 당신이 틀릴 수도 있고, 잘못 판단했을 수도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당신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화를 내는 것은 당신이 오만하거나 무지하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나 틀리지 않으며 틀리는 것은 언제나 당신들이다라는 것을 전제로 해야 당신은 화를 낼 수 있다. 이것은 자신에 대한 과신이 지나쳐 세상에 대한 오만방자한 태도이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합리적 가정이 전제된다면 논리적으로는 나는 화를 내서는 안 된다. 내가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게 이치에 맞고 순리에 맞다.
하지만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라, 그래도 가끔은 욱하고 화가 난다. 내 생각이, 내 판단이, 세상에 대한 나의 이해가 틀릴 때도 있고 잘못될 때도 있다고 가정하고 올라오는 화를 다스려야 한다. 만약 내가 잘못 판단하거나 잘못 생각하고 있는데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주변에 화를 내는 것은 오만함을 넘어서서 세상에 해악을 끼치는 패악질에 다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