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내가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려고 해도 산속 외딴집에서 자연인처럼 살지 않고서는 우리를 자극하고 상처 입히고 스트레스를 주는 외부 상황과 이벤트를 피할 수 없다.
내가 통제하지 못하는 외부 요인들은 매우 많고 다양하다. 지하철이 고장 나서 지각할 수도 있고, 내 보고에 상사가 버럭 화를 낼 수도 있고, 시험을 열심히 준비했는데 낙방할 수도 있다. 믿었던 지인에게 사기를 당할 수도 있고, 남자 친구 또는 여자 친구에게 갑자기 이별 통보를 받을 수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이 나의 의지나 희망과는 무관하게 벌어질 수 있다.
세상은 인과의 세계이면서 한편으로는 확률의 세계이다. 운7기3의 세계이고 나의 노력과 의지와는 무관하게 때로는 반대로 돌아가는 세상이다. 통제할 수 없는 세상의 변덕과 횡포에 주눅 들고 스트레스받고 좌절하고 우울해진다. 심지어 이런 저런 불상사가 생길까 하는 마음에 항상 불안을 안고 살기도 한다.
외부에서 벌어지는 어쩔 수 없는 일들에 어떻게 대처해야 온전하게 내 마음의 평안을 유지할 수 있을까?
공부를 나름 열심히 준비하였지만 목표하였던 시험에 낙방한 경우를 보자.
자신이 그동안 노력해 온 것들이 좌절된 것에 대해 누구나 실망하고 좌절할 수 있다.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털고 일어 나야 한다. 만약 너무 실망이 큰 나머지 술마시고 신세한탄하는 것으로 허송세월한다면? 만약 그런 선택을 하였다면 그 또한 그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지면 된다. 시간을 흘려보내고 어떤 결정도 하지 못한 채 어영부영,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하는 것도 아닌 채 시간을 보낸다면 다시 낙방할 가능성이 커진다. 좌절과 절망을 핑계로 허송세월했다면 한번 더 낙방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이면 된다. 그걸 받아들이기 싫다면 다른 선택을 하면 된다. 툭툭 털고 다시 공부할 것인지 이제 그만 포기할 것인지 다른 결정을 하면 된다. 시험에 떨어진 것은 결과이지만 이것에 어떻게 반응할지는 나의 선택이다. 내가 미련이 남았고 아슬아슬하게 떨어졌으면 다시 준비하면 될 것이고, 내 점수가 합격선에 한 참 미달이라면 이 분야는 아닌가 보다 하고 포기하면 된다. 우리는 대개 좌절과 절망을 핑계로 술 마시고 신세한탄하면서 한편으로는 다음 시험에 합격하기를 욕심낸다. 가만히 따져 보면 두 가지의 선택 가운데 하나의 좋은 점을 취하고 나머지 선택의 좋은 점도 동시에 취하려고 한다. 현실은 냉엄하게 다른 실패를 선물할 뿐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을 어쩔 수 있게 만드는 방법]
1. 외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끌어당겨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나의 과제들로 변환한다.
2. 과제에 대한 나의 선택 리스트를 정하고 내가 어떤 결정을 할지 후보 가운데 하나를 결정한다.
3. 내 결정에 따라 올 좋은 점과 나쁜 점 모두 책임진다는 자세로 삶에 임한다.
이렇게 하면 사실 외부 변수에 대해 크게 스트레스받을 일이 없다. 문제는 우리가 요령이라는 이름으로 잔머리를 굴리며 이 선택의 좋은 것들, 저 선택의 좋은 것들을 다 짬뽕해서 몽땅 가지려고 하니 좌절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부질없는 욕망]
공부는 하기 싫은데 좋은 성적을 받고 좋은 대학을 가고 싶다.
골프 연습과 운동은 하기 싫은데, 싱글 핸디는 하고 싶다.
운동과 다이어트는 싫은데 좋은 몸매와 건강미를 갖고 싶다.
직장에서 일은 하기 싫은데 주변에서 좋은 평가와 인정을 받고 싶다.
[냉정한 현실]
공부하기 싫으면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살거나, 수준 낮은 대학 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그게 싫으면 열심히 공부해서 성적을 올리면 된다.
골프 연습과 운동이 하기 싫으면 백돌이로 명랑골프 치며 사는 걸로 만족하면 된다. 그게 싫으면 열심히 연습하고 코칭받고 실력을 키워야 한다.
운동하고 다이어트하기 싫으면 지금의 풍요(?)로운 몸매를 받아들이고 살면 된다. 지금의 몸매가 싫으면 악착같이 다이어트하고 운동하면 된다.
직장에서 일이 하기 싫으면 낮은 고과와 평판, 심지어 정리해고까지 감수한다는 마음으로 다니면 된다. 그게 싫으면 열심히 일해서 좋은 성과를 내면 된다.
외부 상황을 내가 내 마음대로 통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떻게 대응할지는 내가 결정할 수 있다. 모든 좋은 것을 다 가지려는 탐욕을 버리고, 내가 내린 결정 - 그게 좋은 결정이든, 나쁜 결정이든, 후진 결정이든, 충동적인 결정이든지 상관없이 - 에 따라 올 좋은 것과 나쁜 것 모두 책임진다는 자세로 임하면 사실 내 마음의 평안을 유지하는 데 별 문제가 없다.
내 삶을 온전히 내가 결정한다는 그런 정신승리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나의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은 내가 통제할 수 없지만 그것에 대한 반응은 내가 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어쩔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어쩔 수 있음이다.
처음엔 여전히 냉엄한 현실에 이리저리 휘둘리고 흔들리겠지만 점차 내 마음이 일으키는 욕심을 쳐다보면서 비켜 가고 내 선택에 따른 결과를 끌어 안으면서 편안해질 수 있다.
파도가 치더라도 고요함을 유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