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왔지만 때는 아직 오지 않았다.
여름의 태양
무더운 여름과 장마가 계속되고 있다. 습도까지 높아 후덥지근하고 끈끈하다. 장마 사이로 반짝 해가 나서 반가운 마음에 공원 산책을 하더라도 금세 개들은 혀를 빼물고 허덕허덕하고 집사들은 연신 손부채질이다.
일 년 중 낮이 가장 긴 하지는 대개 양력으로 6월 22일이다. (올해는 6월 21일) 하지만 일 년 중 가장 더운 피크는 대개 7월 말 8월 초에 정점을 찍는다. 절기상 중복이나 대서와 대충 맞는 셈이다. 그런데 이 지연은 왜 생기는 걸까?
대지와 강과 들판 그리고 풀과 나무를 데우는 데 한 달 이상이 걸린다는 이야기다. 데우는 데 시간이 걸리니 당연히 식히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동지는 대개 12월 22일인데 일 년 중 가장 추운 날은 1월 말 2월 초순이다.
지구보다 109배나 큰 덩치에 어마어마한 열에너지를 뿜어내는 태양도 지구를 데우는 데 한 달 이상이 걸린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나의 노력이 결실을 가져오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작년의 노력과 선행이 올해 좋은 결과와 행운으로 올 수도 있다. 아니면 내년일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라면 다음 생애에 올지도 모를 일이다.
세상만사, 내 노력한 대로 바로바로 그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조바심낼 필요 없다. 결국엔 어떤 형태, 어떤 이벤트로든 오기 마련이다. 우리가 세렌디피티라고 여기는 것들도 사실은 돌고 돌아서 나에게 찾아온 과거 노력과 선행의 결과일지도.
태양이 대지를 데우듯 우리네 삶도 언젠간 뜨거워질 것이다. 당신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시간은 왔지만 때는 아직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