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은돌 Nov 08. 2023

진정한 동기

생명의 목적

살다 보면 가끔 헤맬 때가 있다. 어? 여기 어디, 나는 누구?


분명히 처음 시작할 땐 분명한 목적과 이유가 있었는데, 어느새 그게 무엇이었는지 까마득해 보이는 지점에 와서 허둥대며 나는 여기서 지금 왜 이러고 있는 걸까. 헤매곤 한다.


나를 둘러싼 세상은 변한다. 상황이 바뀌고 주변 사람들도 바뀐다. 심지어 자신도 생각이 바뀐다. 삶의 우선순위가 바뀌고 취향이 변하고 인생관이 업데이트된다. 그래서 원래 하던 일의 취지가 퇴색되기도 하고 때론 의미 없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지속하는 게 있다면 그건 왜일까? 변하는 것 속에 변하지 않는 것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허접하더라도 계속하는 그 무엇. 잘 되지 않더라도 계속 밀고 나가는 힘. 실패와 좌절에 상처받더라도 다시 툭툭 털고 일어나서 계속하는 지속력. 그런 것은 어디서 나올까?


그런 일은 대개 자신의 본질과 일치하는 그 무엇이다.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추동된 그 무엇은 불꽃이 꺼지지 않는다. 진정한 동기는 동기랄 것조차 없다.




어떤 일을 반복 수행하다 보면 물아일체, 무아지경에 이른다.


글 쓰는 작가. 그림 그리는 화가. 노래 부르는 가수. 참선에 집중하는 스님. 몸동작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발레리나. 타격에 집중하는 권투선수. 보고서 작성에 몰두하는 직장인.


초집중하면서 몰입의 경지에 이른 사람은 아름답다. 무아지경에 빠진 사람들은 경이롭고 그들의 퍼포먼스는  매혹적이다.


그런 경지에 이르기 위해선 수많은 반복과 연습, 실패와 좌절을 거쳐야 한다. 재능과 적성이 있는 그들 조차도 힘들었을 그런 과정을 뚫어낸 힘은 의지력이나 정신력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의 내면에서 진정한 동기를 찾았기 때문이다. 수련과정이 자신과 일체화된 사람이다. 마치 숨쉬는 것을 의식하지 않듯 그런 수련과 연마를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인 사람이다.


상황이 아무리 바뀌더라도 진정한 동기를 가진 사람은 쉬지 않는다. 돈과 명예, 주변의 인정이나 출세를 목표로 하는 동기는 쉽게 꺾인다. 꺾이지 않는 마음은 진정한 동기, 즉 자신의 내면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 기울여 들은 자들의 몫이다.


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가? 아무리 반복하고 수없이 실패해도 중단 없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그걸 찾아보아야 한다. 그러려면 일단 자신부터 들여다 보아야 한다. 솔직하게, 용기를 가지고.



(그림 : 독, 1949, 장욱진)



매거진의 이전글 평양냉면 같은 여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