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은돌 Nov 05. 2023

평양냉면 같은 여자

슴슴한 맛 마니아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ㅡ. 백석 (1912~1996), 국수 中


아내는 열렬한 평냉파다. 젊은 시절엔 함흥냉면을 더 좋아했다. 물론 그때도 물냉면을 좋아하긴 했다. 난 당연 비냉이나 회냉면을 더 좋아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평양냉면을 더 좋아하기 시작하더니 이젠 마니아 수준으로 좋아한다.


왜 좋아하냐고 물어보니 아무런 맛이 없는 것 같은 맛. 맹맹한 것 같지만 살짝 베어나는 육수의 깊은 맛이 좋다고 한다.


무맛의 맛이라고 할까


맵고 짜고 자극적인 맛보다 은은하고 깊은 맛이 좋다고 한다. 난 여전히 밍밍하기만... 쩝. 그래도 시원하긴 하다.


그녀도 이젠 나이가 들어가는가 보다.


직장 다니던 젊은 시절엔 쌈닭(?)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똑 부러진 성격이었다. 야무지고 단단한 성격으로 대쪽 같은 기질과 활력이 넘쳤다.


이제는 그런 단단함이 풀어지는 나이일까?


그녀가 함흥냉면에서 평양냉면으로 전향한 건, 단지 입맛이 바뀐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깊고 웅숭하면서 은은하고 깊은 맛. 그런 세상 이치눈떠가는 게,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열심히 살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