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하는 일을 우린 보통 숙제로 생각한다. 쉬운 일도 있고 어려운 일도 있다. 힘에 부치는 일도 있고 버거운 일도 있다. 그래서 숙제라고 하고 하기 싫어한다.
하지만 회사 일도, 사업도, 집안 일도 모두 숙제지만 사실은 그게 삶이다. 그런 일을 해내면서 재미를 느끼고 기쁨을 느껴야 한다.
회향(回向)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회향은 선업을 쌓아서 받은 복을 중생을 위해 돌린다는 의미이다. 부처는 복을 짓지도 받지도 않는다. 아니 그럴 필요가 없다.
씨를 뿌리고 밭을 갈고 잡초를 뽑고. 애쓰고 힘써서 농사를 지은 다음 수확을 하게 되면 모두 이웃과 나눈다. 깨달음을 얻은 농부는 씨를 뿌리고 농사를 짓는 동안 기쁨과 즐거움을 한껏 누렸기 때문에 수확한 농산물은 이미 별 의미가 없다.
비슷한 비유로 똥의 예를 들기도 한다. 우리는 밥을 짓고 열심히 요리를 해서 식사를 한다. 소화가 다 되면 똥이 되어 나온다. 그 똥을 귀하게 여기며 애지중지하며 사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인생을 길게 보면 그 똥과 같은 것들을 애지중지 간수하고 심지어 애착하며 사는 꼴을 자주 겪게 된다. 우리가 지은 재산과 명예, 관직이 사실 살아온 결과물이라는 측면에서 보면똥과 마찬가지로 보이고 사실 별게 아니다.
삶의 진정한 의미는 숙제를 하는 와중에 있고 과정에 있다. 그게 삶이다. 결과는 사실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만약 열심히 일하고 돈을 모아 50억이 모였다고 하자. 은행 대출 50억을 받아서 100억 짜리 빌딩을 갖게 되었다고 하자. 월세를 받아서 빌딩사기 위해 빌린 50억 대출금의 이자를 내고 나면 딱 떨어진다고 해보자.
만약 평생 그 빌딩을 소유하고 있다가 자식들에게 유산으로 물려줄 요량이라면 그 100억 빌딩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뭘까? 본인에겐 사실 별반 차이가 없다. 자식들은 다르겠지만. 팔지도 않을 것이고 거기서 수익이 나오지도 않는다. 그냥 내 소유라는 관념과 등기부등본만 있을 뿐이다. 말장난 아닌가. 그래도 갖고 싶..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 삶의 목표, 목적 대부분이 허망함을 내포하고 있다. 삶은 살아가는 과정에 의미가 있을 뿐이다.
삶을 숙제하듯이 살면 인생에 재미를 느낄 여력과 에너지가 부족하다. 해야 하는 일을 해내기에도 벅차기 때문이다.
인생이 숙제라면 숙제를 다하고 나면 죽음 밖에 기다리는게 없다. 세상에 와서 고작 숙제하고 끝나는 인생으로 마감하긴 아쉽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