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도(密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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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도의 사전적 의미는 아래와 같다.

일정한 단위 면적이나 체적 속에 포함된 물질의 비율. 소밀(疏密)의 정도를 나타냄

내용·충실의 정도

나는 밀도를 "꼭 필요한 것만을 꼭 필요한 힘으로 잘 압축해 낸 정도"라고 나름대로 정의한다. 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압축을 해야 한다. 무작정 쑤셔 넣고 힘으로 누르는 것이 밀도를 높이는 능사가 아니다.

순차적으로 어떤 것들을 각각 얼마만큼 넣을지. 그리고 무엇보다 어느 정도의 힘으로 얼마만큼 눌러야 터지지 않고 가장 높은 밀도의 작품이 완성될지 고민해야 한다. 시간과 노력, 정성을 기울여야 하고 무엇보다도 애정과 관심이 있어야 한다. 대충대충 마무리하는 숙제나 과제, 루틴 한 회사업무에서는 당연히 밀도 있는 작업이 되지 않는다.

음악, 미술, 연극 등 예술가들의 작품에는 시간, 노력, 땀의 밀도를 체감할 수 있다. 그들이 쏟아부은 애정과 관심, 노력과 땀 그리고 고뇌가 느껴진다. 축구, 야구, 골프에 가끔 나오는 멋지고 아크로바틱한 동작에서도 선수들의 시간과 땀의 밀도를 느낀다. 평소에 얼마나 연습했으면 저 찰나의 순간에 저런 멋진 동작이 튀어나올까?

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것들은 빼내고 꼭 필요한 것들만 순서에 맞게 각자의 역할에 맞춰 넣어야 한다. 다음엔 필요한 힘을 적당한 시간 동안 가해 주어야 한다. 관계의 밀도, 말과 글의 밀도, 사랑의 밀도 모두 그렇다.

사랑의 밀도를 보자. 자주 만나서 오래 붙어 지낸다고 밀도가 높은 게, 아니다. 상대에 대한 과한 기대와 불필요한 욕망은 빼 주어야 한다. 필요한 만큼의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적당한 힘으로 압력을 서서히 가해 주어야 한다. 터지거나 부러지지 않게. 상대가 실망하고 떠나지 않게.

성수동에 밀도라는 빵집이 있다. 정말 밀도 높은 식빵을 잘 만들어 내는 빵집이다. 주인장이 오랜 세월 빵의 밀도를 가장 효율적으로 압축하는 방법을 연구해 왔을 터이다. 포슬포슬함을 갖추되 밀도 높은 빵. 항상 길게 줄이 늘어서 있다.

야무지고 단단한 밀도 높은 삶. 그리고 여백처럼 텅 비어 있는 휴식의 시간. 이런 두 조합으로 삶을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