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모부신의 '운과 실력의 방정식'을 읽다가 Ergodicity(에르고딕성)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에르고딕성은 열역학, 통계, 확률론에서 사용하는 개념이지만 경제학,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고 있는 개념이라고 한다.
에르고딕성은 열역학계의 매우 긴 시간 평균(Time average)이 곧 공간 평균(Space average)과 같을 것이라는 가설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하부 시스템의 가능한 모든 상태가 결국엔 개별 시스템들의 전체 평균으로 수렴한다는 것입니다.
에르고딕한 시스템이란 시간에 따라 각각의 개별 시스템들이 전체의 평균으로 수렴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이고, 시간이 경과하더라도 전체 평균으로 수렴하지 않고 개별적인 독자성을 유지하는 시스템이면 비에르고딕한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밀폐된 방안에 뜨거운 공기와 차가운 공기를 따로 넣더라도 결국에는 평균으로 수렴해서 균일한 온도로 방안 전체가 평균으로 수렴한다는 점에서 이 시스템은 에르고딕하다고 할 수 있다.
인간 사회는 어떨까? 에르고딕할까? 비에르고딕할까?
마이클 모부신의 냉소적인 직설을 들어 보자.
바보들이 모여 있는 그룹에서도 운 좋은 바보는 나올 수 있다. 바보도 주식 또는 코인으로 한 두 번은 대박이 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운 좋은 바보는 인생에서 행운의 덕을 보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점차 불운한 바보들과 비슷한 상태가 될 것이다."
이게 마이클 모부신의 냉소적인 해석이다. 표본경로가 길어지고 시간을 들여서 반복 시행하게 되면 결국 모집단의 평균으로 수렴하게 된다는 뜻이다.
내 삶을 되돌아보았다. 에르고딕한 때도 있었고, 에르고딕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에르고딕한 것은 내가 초심자의 행운을 맛보고 욕심이 앞서서 희망회로를 돌리며 주식이나 코인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을 때는 여지없이 불운한 바보들의평균으로 수렴(?)되었다.
반면 내가 노력과 땀을 들여서 뭔가 차근차근 실력을 키운 것들은 원래 상태로 회귀하지 않았다. 공부가 그렇고 외국어가 그렇고 골프가 그랬다. (하지만 골프도 연습 안 하고 게을리하다 보면 결국 대한민국 골퍼 평균으로 회귀할 지도. ㅜㅜ)
에르고딕한 성질은 그러므로 우리 삶에서 자신의 실력이 아닌 행운이 찾아와서 성공했을 때 너무 좋아하지 말고 착각하지 말라는 경고이다. 당신을 곧 평균으로 끌고 갈 불운이 닥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므로. 우리 모두가 시간이 흐르면 결국엔 자신의 본질적인 속성으로 회귀하게 된다. 누구도 속일 수 없는 자신의 장기 속성, 즉 자신의 실력과 인간 됨됨이에 따른 그런 삶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는 깨우침이다.
행운에 오만하지 말고, 불운에 낙담하지 말고 자신의 장기 속성 즉 인성과 인격, 실력과 역량을 차분히 시간을 들여서 갈고 닦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