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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해체

by 조은돌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안나 카레니나. 톨스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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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가 폭간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1인가구의 비율은 2000년 15.5%에서 2021년 33.4%, 작년에는 드디어 40%를 넘어섰다.


위 표에서 알 수 있듯 MZ세대의 세대 분리가 주원인일 것 같지만 세대별 구성비를 보면 1인가구는 전 세대에 걸쳐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가족에서 벗어나 혼자 사는 독립가구가 전 세대별로 고르게 나타나고 있다. 단지 MZ세대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인가구가 점점 많아질까?


20-30대는 전통적인 가정, 즉 부모의 감시와 잔소리에서 탈출해서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고 싶은 것이 주된 이유이고, 60-70대는 사별하고 난 다음 홀로 남은 노인들도 예전같이 자식들과 같이 살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부모를 봉양하는 40~50대가 드물어진 것도 있고, 자식과 살면서 눈치 보고 갈등하느니 차라리 혼자 살기를 원하는 노인들이 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족은 사회구성의 기본 단위이다. 두 집 가운데 한집이 혼자 사는 집이라는 것은 우리 사회의 문화, 구조, 성격이 바뀌는 것이다. 가족을 모든 것의 중심에 놓는 미국도 오랜 기간 종교처럼 떠받들던 Family Value가 쇠퇴하고 있다. 유교적인 전통이 사라진 자리를 자유주의, 개인주의가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가족이란 아무도 보지 않는다면 내다 버리고 싶은 존재다.'

-일본 영화감독 기타노 다케시


우리보다 먼저 가족붕괴를 겪고 있는 일본의 정서를 냉소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가족이 삶의 중심에 있지 않다. "나"라는 자아가 모든 삶의 중심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인가구, 삼인가구, 사인가구도 그런 변화의 영향권 아래 있다.


내가 편안하고 내가 좋으면 좋다는 개인주의가 점점 더 강화되어 가고 당연시되는 세상이다. 혼전동거도 흔해졌고, 프리섹스 풍조도 만연하다. 혼전순결을 이야기하면 무슨 조선시대 선비 쳐다보듯 하는 세상이다.


앞으로 더 빠른 속도로 전통적인 가정은 해체될 것이다. 1인 가구, 동거, 이혼, 재혼, 미혼모가 일반화될 것이다. 가족을 위해 뭔가를 양보하고 희생하는 삶은 점점 더 희소해질 것이다.


누군가 - 주로 여성들. 어머니, 아내 - 의 희생과 헌신을 전제로 유지되어 왔던 전통가족은 빠르게 해체되고 그 자리에 독립된, 그러나 외로워진 일인가구들로 채워지고 있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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