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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돌 Jul 04. 2024

비즈니스에 순수한 열정이 통하는가

이나모리 가즈오의 마지막 수업

'깨끗한 사람일수록 눈앞의 목표도, 인생의 목적도 혼탁한 사람보다 훨씬 쉽게 달성하는 경향이 있다. 혼탁한 사람은 패배를 두려워해서 한 발도 내딛지 못하는 장소인데도 깨끗한 사람은 아무렇지 않게 발을 내딛거나 심지어는 손쉽게 승리를 따내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것은 20세기 초반, 영국에서 활약한 계몽사상가 제임스 앨런이 했던 말이다. 이 말을 접했을 때 나도 실감하고 있던 내용이라서 '멋지게 표현했구나'하고 생각했다.

 - '이나모리 가즈오의 마지막 수업' 中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은 맨손으로 교세라를 창업,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운 다음 은퇴하였다가 다시 정부의 호출을 받고 무임금으로 일본 항공(JAL)의 회장으로 부임해서 망해가던 JAL을 회생시킨 경영자이다.


일본 3대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는 분이시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삼성의 이병철 회장과 함께 가장 존경하는 기업가이기도 하다.


[일본의 3대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경영자]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은 아마도 가장 일본적이면서 동양적인 가치체계를 서양식 주식회사에 잘 이식시킨 기업가로 보인다. 정직, 신뢰, 헌신과 같은 가치를 솔선수범하면서 깊이 있게 문제를 파고 들어서 집요함과 끈질김으로 승부하는 수도승 같은 경영스타일을 책에서는 여러 사례를 들어서 설명해 준다.


어떤 술수나 편법 또는 로비나 부정 없이 오직 정직과 정도로만 비즈니스를 펼쳐 나가는 이나모리 회장의 리더십은 숭고하고 묵직한 감동을 준다.


쉬운 길과 어려운 길이 있으면 대개는 어려운 길이 정답인 경우가 많다. 우리도 대략 알긴 안다. 하지만 우리는 쉬운 길로 가고픈 유혹에 흔들리기도 하고 또 넘어가기도 한다. 좋은 게, 좋은 거 아니냐는 식의 편한 합리화로 때우고 넘어가려고 한다. 원래 세상이 그렇고 그런 것, 아니냐고. 그럴 때 그 길이 아니라고, 그게 아니라고 지적하고 바로 잡아주는 경영자, 기업주를 보고 싶다.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의 뛰어난 점은 그런 편법과 술수를 사용하는 것보다 정도와 정직으로 승부하는 게, 오히려 훨씬 성공확률도 높고 장기적으로 볼 때 더 효율적이다는 것을 깨우쳐주려고 한다는 점이다.


한국사회도 많이 투명해졌고 스타 경영자도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탈법과 합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비즈니스를 꾸리는 행태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런 혼탁한 성공이 많아질수록 기업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팽배해지고 대중들의 기업주나 기업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기 어렵다. 더 나아가서는 우리 사회의 신뢰도나 정직과 같은 사회적 자본이 잘 구축되지 않게 된다. 이게 진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지 않겠냐. 코리아 밸류업 프로그램이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률을 높이는 게 아니고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쪽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우리 사회에도 이나모리 가즈오와 같은 정도와 정직, 투명한 경영을 솔선수범 펼치면서도 승승장구하는 창업자, 경영자가 많이 배출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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