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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돌 Jul 15. 2024

"이 뭐꼬?"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마음을 닦는 것이 불교다. 화두참선은 마음을 닦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이 뭐꼬'는 화두 중에서도 유명한 것이다. '이 뭐꼬'라는 질문을 계속해서 하다 보면 깨치게 되고 마음의 본래모습을 알 수 있다. 법문을 들을 때나 책을 볼 때나 무엇을 하든지 언제나 이렇게 물어보라. 마음도 아니고 물건도 아니고 부처도 아닌 이것은 무엇인가?"  

- 성철스님


나는 누구인가? 나라고 하는 이건 진짜 무엇일까?


내 이름이 내가 아니고, 내 직업이 내가 아니고, 내 몸이 내가 아니고 내 마음이 내가 아니다. 자식, 부모라는 역할도 내가 아니다. 이 모든 것을 다 합쳐 보아도 내가 아니다. 나는 이 모든 것을 합친 것보다 더 큰 무엇일까?


진정 나는 누구인가? 무엇인가? 이 화두로 수십 년을 수행하고 깨달은 고승들은 무엇을 깨쳤을까?


우리는 세상에 몸을 받고 태어나서 이러저러한 보살핌과 교육, 경험을 하면서 성장해 왔다. 이러저러한 학습과 고통, 좌절을 포함한 경험이 지금의 나, 내가 가진 생각, 선입견, 선험적 직관을 쌓아 왔다.


그래서?


그것을 나라고 할 수 있을까? 내가 만약 시간과 공간을 달리해서 조선시대 머슴으로 태어났거나 우간다에 흑인 여자로 태어났다면? 나는 지금의 나와는 완전히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지금 가지고 있는 내 생각이나 주관이 나만의 그 무엇이라고 할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내 생각이 나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 외부로부터 주어진 무엇, 학습된 무엇일 뿐이라면 내 생각 또는 나라고 할 그 무엇도 시공의 인연에 따라 만들어진 그 무엇일 뿐. 나라고 할 게 없다는 이야기다.


제행무상(諸行無常)
제법무아(諸法無我)
일체개고(一切皆苦)


오늘 누군가 나의 장점이 뭐가 있냐고 그걸 글로 써보는 게 어떻냐고 하였다. 그런데 나라고 할 게 없으니 장점이랄 것도 없고 단점이랄 것도 없다. 시절인연에 따라 장점이 단점이 되고 때론 단점이 장점이 된다.


"이 뭐꼬?"


이 화두를 갖고 진정한 나, 진아(眞我)를 깨치는 그날이 올 때까지 조심스럽게 나아가기를. 그 걸음을 멈추지 않는게 나의 장점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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