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웨일, 불운한 삶과 정직한 글쓰기
경고) 영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망가진 삶에도 구원은 오는가? 초고도비만 폭식남의 죽기 직전 일주일을 통해 드러난 삶의 비밀을 다루는 영화, 웨일.
이 영화에 대해 쓴 글 대부분이 화해와 구원이라는 관점에서 영화를 보고 있다. 아마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겐 조금 다른 관점에서 영화가 보였다. 주인공이 에세이 쓰기 온라인 대학강사라는 설정에서 그가 주장하는 글쓰기 방식에 관심이 많이 갔다.
나에게 다가온 주제는 이렇다.
정직(honesty)하고 솔직한 자신의 삶을 살아라. 글도 눈치 보지 않고 자기 검열을 넘어서는 자신만의 솔직한 글을 써라.
주인공은 제자와의 동성연애라는 자신의 선택에 대해 죽음으로 대가를 치르지만 구애받지 않는다. 자신의 연인이 거식증과 우울증 끝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듯 자신은 아마 폭식을 생을 마감하는 수단으로 삼은 것 같다.
우리는 어디까지 솔직하고 정직한 삶을 살아낼 수 있을까? 그가 단란했던 가정을 포기하고 선택한 동성연애는 충동적인 실수였을까, 아니면 진정한 사랑이었을까?
우리도 살다 보면 충동이나 욕망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곤 한다. 타인의 평가와 시선에 예민한 한국 사회에선 아무래도 웨일의 용기와 그의 선택에 선뜻 공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나만 그런가?)
작가는 구원은 외부의 어떤 종교나 조력을 통해서 구하는 게 아니라 정직한 자신의 삶을 통해야만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남의 시선 때문에 정치적으로 올바르지만 (Politically Correct) 가식적인 쓰레기 같은 에세이를 쓰지 마라고 거듭 이야기한다. 에세이는 본인의 솔직한 생각을 정직하게 드러내야 한다고.
자신의 선택에 따른 혐오스럽고 불운한 삶일지언정 끝까지 정직하게 끌어안고 마주하는 것. 그게 진실한 삶이고 구원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내가 내린 어떤 선택이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불행과 고난을 가져와서 절망뿐인 지경에 이르렀을 때 나도 웨일의 주인공처럼 감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나의 글쓰기에도 묵직한 고민을 던져주는 여운이 남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