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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돌 Aug 18. 2023

길들임과 가스라이팅

상대방이 잘 되기를 바라는 진심

어린 왕자에 보면 길들임(taming)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리 와서 나하고 놀자. 난 아주 슬프단다...." 어린 왕자가 제의했다.
"난 너하고 놀 수 없어. 나는 길들여져 있지 않거든." 여우가 말했다.
"아! 미안해."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러나 잠깐 생각해 본 후에 그는 다시 말했다.

"<길들인다>는 게 뭐야?"

여우가 말했다.

"길들인다는 건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야.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나는 너에겐 이 세상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거야."


반면에 가스라이팅의 정의를 살펴보자.


가스라이팅 :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


그럼 진정한 사랑과 가스라이팅의 차이는 무엇일까?


상대가 잘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가, 아닌가에서 확연히 갈라진다. 겉으로는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상대방을 위하는 척하지만 사실은 상대방을 조종해서  나의 욕심을 채우려 든다면 가스라이팅이다.


내가 유무형의 이득을 보는 관점에서 상대방을 코칭하고 설득한다면 큰 의미에서 가스라이팅이지, 사랑도 애정도 아니다.


남들에게 자랑하고 과시하기 위해 자신의 자식이 명문대를 나와서 판검사나 의사가 되기를 닦달한다면 그건 가스라이팅이다. 자녀가 인생을 유복하게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자위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당신은 자신의 사회적 평판과 입장을 위해 이기적인 욕심으로 자녀를 가스라이팅하고 학대하고 있을 뿐이다.


나이 70의 홀로 된 아버지가 나이 50 된 여인과 재혼하는 것을 반대하는 자식들은 아버지 노후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다. 혹시라도 아버지의 유산에 문제가 생길까 하는 탐욕에서 가스라이팅하는 것일 뿐이다.


눈 밝게 살펴보면 애정 어린 관심이고 코칭이라고 우기는 것들이 실상은 자신의 숨겨진 이득, 내밀한 탐욕을 위한 가스라이팅인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 가스라이팅하는 가해자도 애정이고 관심이고 사랑이라고 스스로 믿어 버리는 경우도 많다.


가스라이팅이라고 분명하게 알게되는 경우는 자신의 가스라이팅이 먹히지 않고 상대방이 말을 듣지 않을 그가 망가지거나 실패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기면 100% 가스라이팅이다.


내 말을 듣지 않더라도,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상대방이 잘되기를 바라고 상대방이 진정한 행복과 성공의 길을 가도록 응원하는 것. 그것이 애정이고 사랑이다.


여우가 말했다.

"너는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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