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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돌 Sep 02. 2023

AI가 똑똑해질수록 인간은 멍청해져 간다?

인공지능 발달의 역설

인공지능이 발달해서 똑똑해지면 인간은 그 도움을 받아서 더 스마트해질까? 그럴 수도 있지만 그 반대로 흘러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과거에 내비게이션이 없던 시절, 승용차마다 두툼한 지도책을 한두 권씩 필수로 구비하고 있었다. 모르는 초행길을 갈 때는 지도를 보고 또 보면서 길을 찾아다녔다. 옆에 동승자라도 있으면 동승자가 인간 네비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물론 인간 네비의 오작동으로 길을 헤매면 티격태격 싸우는 일도 잦았다. 특히 배우자라면...

그런 어려운(?) 과정을 거쳐터득한 루트는 두 번째 찾아갈 땐 헤매지 않고 단번에 찾아갈 수 있는 지적 자산이 되었다.


요즘은 대부분 네비를 켜놓고 네비가 시키는 대로 운전을 한다. 네비의 성능이 상당히 좋아졌고 심지어 교통상황까지 감안해서 빠른 길을 안내해 주기도 한다. 인간은 한번 신뢰가 생기면 스스로 생각하지 않게 된다. 그냥 시키는 대로 따라 하게 된다. 네비를 꺼놓고 다시 가보라고 하면 십중팔구 다시 찾아가지 못할 확률이 높다.


인공지능이 고도화되고 발전해서 신뢰받을 만큼 똑똑해지면 인간은 오히려 멍청해져 갈 것이다. 생각을 하는 것은 인간에게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작업이다. 생각을 안 해도 될 만큼 믿음직한 놈이 생겼다면 당연히 생각을 안 하는 쪽으로 움직이기 마련이다.


문제는 내비게이션이 갑자기 고장이 날 수 있는 것처럼, 인공지능이 오작동을 하거나 또는 문제가 생겨 작동을 하지 않을 때 인간이 매뉴얼로 잘 대처할 수 있을까?


레이 커즈와일이 이야기하는 '2045년에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특이점(싱귤래리티)이 도래한다'는 주장을 크게 믿진 않는다. 특정 기능에 인공지능의 기술을 접목하는 것이 아닌 인간과 같은 종합적인 사고를 하는 일반 인공지능의 발달은 아직은 먼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왜 그런지는 아래 글에서 한번 이야기한 적이 있다. https://brunch.co.kr/@gutstein/47)


그것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우리의 일상에 빠르게 침투하는 인공지능이 가미된 서비스와 인간의 역량 사이에 균형을 어떻게 잡을까 하는 문제. 즉 인간이 바보가 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학생 한 명 한 명의 질문에 맞춤형 설명과 답변을 하고, 그 학생의 수준에 맞추어서 학업을 끌고 가는 과목별 인공지능 선생님이 작동하기 시작한다면? 진짜 선생님들은 무슨 역할을 해야 할까? 이런 상황이 2년, 3년, 10년이 지나도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을까? 교사의 역량이 보존될까?


변호사가 수임한 클라이언트의 상황과 이야기를 듣고 변론 준비를 할 때 인공지능 변호사가 훨씬 더 법리에 맞게 적절한 판례를 찾아서 논리적으로 변론을 잘 구성해 낸다면? 이런 상황이 2년, 5년, 10년이 지나도 변호사들이 변론을 작성하는 역량을 유지할 수 있을까?


두 가지 예를 들어 보았지만, 우리 사회의 많은 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다. 인공지능과 시스템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면서 인간의 사고 능력과 지적 역량까지 가져가 버릴지도 모른다.


우리가 어떻게 멍청해지지 않고 똑똑함을 유지할 것인가라는 도전이다. 물론 특정 소수의 시스템 설계자나 개발자들은 여전히 똑똑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인의 평균지능은 퇴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산업혁명 시대 새로운 신기술의 등장으로 사회가 급변하는 것을 목도한 영국시인, 랄프 왈도 에머슨은 1841년 ‘자립’이라는 에세이에서 “사회는 절대로 발전하지 않는다”라고 썼다.


한쪽에서는 발전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그만큼 빨리 후퇴한다. 문명화되는, 기독교화되는, 부유해지고 과학화되는 끊임없는 변화는 개선이 아니다. 어떤 것이 주어진다면 다른 것은 빼앗긴다. 사회는 새로운 기교를 습득하는 동시에 오래된 본능을 잃는다.


기술은 발전하지만 그만큼 우리는 과거의 기억과 역량을 잃어버린다. 특히 이번 AI혁명은 과거와는 양상이 다르다. 과거에는 기존의 기술을 버리고 더 나은 기술을 체득하는 방식으로 발전해 나갔다면 이번엔 우리의 경험, 지식기술인공지능에게 넘겨주고 우린 뒤로 빠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멍청해지기 쉬운 세상이 도래한다.


이 상황에서 몇 십 년, 몇 백 년이 지나면 인공지능이 사회의 거의 전 부분을 운영하고 통제하고 제어하게 될지도 모른다. 인공지능에 문제가 생겨도 손을 볼 수 있는 지능과 기술을 유지하고 있는 인류가 그때도 남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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