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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돌 Aug 29. 2023

불안 사회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넘치는 사회

알랭 드 보통의 책, '불안'에서 이야기하는 현대인의 불안의 원인은 이렇다.

불안은 사회적인 인정과 성공에 대한 욕망이 좌절되거나 좌절될 거로 의심이 들 때 발생한다.

현대 사회가 부와 명예, 사회적 지위에 지나치게 몰입하고 경쟁하기 때문에 이를 획득하지 못할 것 같은, 또는 획득하였다가도 곧 잃어버릴 것 같은 상태에 자주 노출되기 때문에 현대인은 불안을 숙명적으로 안고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알랑드 보통의 생각에 동의하기도 하고, 동의하기 어려운 지점도 있다.


재산, 명예, 사회적 지위와 같은 것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탐욕이 불안의 원인이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 불안의 진짜 뿌리일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타인과 어울려 집단을 이루고 살아가야 하는 존재다. 구석기시대이든 조선시대이든 인간은 누구나 소속된 집단이나 그룹에서 쓸모 있는 인간이라는 인정을 받아야 했다. 사냥을 잘하던, 농사를 잘 짓던, 싸움을 잘하던 무언가 쓸모 있는 유용한 기능을 수행하면서 조직 내에서 인정과 지위를 획득해서 자신의 존재이유를 확인받았다.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다만 사회가 국가 단위로 커지고 익명성이 확대되면서 사회적 인정에 대한 징표를 획득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많은 재산, 높은 사회적 지위와 대중적 인기가 사회적 인정의 징표가 되었고 현대인들은 죽기살기로 이를 차지하려고 한다. 이런 징표를 많이 모은 사람이 인정을 많이 받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 징표들을 흔들어 댐으로써 더 많은 주변의 시선과 인정을 받게 되므로. 부익부 빈익빈.




현대인의 불안의 뿌리는 그러므로 인정욕구이다. 알랑드 보통이 이야기하는 재산, 명예, 사회적 지위는 인정욕구를 충족하는 징표로서 기능할 뿐이고, 그런 것들을 탐하는 욕망의 뿌리는 주변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이다.


이 인정욕구는 현대에 와서는 심지어 생존욕구와 종족보존 욕구까넘어서고 있다. 국가가 제공하는 사회복지를 통해 최소한의 기본적 의식주가 해결되기에 생존욕구는 약화되고, 인구 과잉과 프리섹스 풍조로 종족보존 욕구조차 약화되었다. 종족을 늘리기보다 오히려 개체수를 줄여야 하는 욕구가 생긴 지도 모르겠..


다윈의 이 두 가지 생물학적 욕구가 약화된 틈을 타고 가장 강렬한 욕구로 솟아오른 게, 인정욕구이다. 남들에게 무시당하고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스트레스이다. 인정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까 불안하고 눈치 보고 주변을 살피게 되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 SNS를 들여다보고 좋아요를 확인한다.


타인과 주변으로부터의 인정에 대한 살벌한 투쟁은 앞으로 더 격렬해질 것이다. 무시당하는 것에 대해서 참아낼 줄 모르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사회적 무시에 대한 분노와 묻지마 살인도 늘어갈 것이다. 사람은 타인을 인정하게 되면 지위적 헤게모니가 상대방에게 넘어간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난 인정받고 싶지만 타인은 섣불리 인정해 주지 못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생겨나게 된다. 결과적으로 인정(Recognition)이라는 사회적 행위가 점점 더 줄어들게 된다.




불안사회는 인정투쟁을 누그러뜨려야 완화할 수 있다. 인정투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개별적 자아와 타인에 대한 각성이 필요하다. 내 존재의 가치는 내가 인정하고 내가 판단하는 것이지, 나를 잘 모르는 타인들이 평가할 수 없다는 각성을 해야 한다. 타인의 칭찬과 입발린 소리가 의미 없는 공치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타인들의 비난과 손가락질 또한 지나가는 한 때의 헛소리일 뿐이란 것을 깨쳐야 한다.


자신감과 자존감을 갖춘 양식 있고 소신 있는 개인, 타인의 인정과 타인의 관심에 목말라하지 않는 개인이 많은 사회가 덜 불안한 사회이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져야 사회의 불안도 줄어들고, 불안에 떠는 사람들도 줄어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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