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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많은 세대, MZ세대

베이비부머 세대가 준 상처, 돌아봐야

by 조은돌

단군이래 가장 좋은 환경에서 성장했다고 하는 MZ세대. 풍요로운 선진국 대한민국에 태어난 첫 세대.

대학진학률 70~80%대의 고학력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역사 이래 가장 똑똑한 세대.


하지만 결혼, 출산, 취업 등 모든 지표들이 최악으로 치닫는 역설적인 세대이기도 하다.


MZ세대에 대한 분석글은 차고 넘친다. 대한민국에 등장한 이 이상한(?)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서 많은 전문가들이 열을 올렸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일상인 세대. 정치적인 민주화와 경제적인 성장으로 특별한 사회정치적 어젠다가 없는 평화(?) 로운 시대에 성장한 세대. 대체로 그들이 내리는 공통 결론 가운데 하나가 공동체중심적인 이전 세대와는 달리 개인주의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세계관을 가진 세대라고 진단한다.


하지만 난 조금 다른 생각을 한다. 순전한 뇌피셜입니다만....


MZ세대의 부모는 베이비부머, X세대들이다. 그들이 살아온 삶은 지금 MZ세대가 살아온 삶과는 많이 달랐다. 가정 안에서도 형제, 자매들끼리 경쟁이 치열했고, 대학입시에서도, 사회에서도 치열한 경쟁환경 속에서 살았다. 그 과정에서 상처를 받기도 하고 또 남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며 삶을 살아 냈다. 부조리와 불합리에 저항하기도 하고 타협하기도 하면서 삶의 굴곡과 아픔을 견뎌냈다. 베이비 부머 세대들은 혹독한 인생 시련과 삶의 다양한 전투를 치러 내면서 내성과 강한 멘털을 장착하게 된 경우가 많았다. 좋은 의미이든, 나쁜 의미이든.


사실 그게 MZ세대들에겐 가장 큰 불행의 씨앗이다. 그들의 부모, 그들이 사회에서 만나는 상사는 대개 깊은 생각 없이 툭툭 상처를 입히고 자존심을 무너뜨리고 무시하곤 한다. 소중한 개별적 인격체로서 잘 존중해 주지 않는다. 사회적 정의나 공정보다 효율과 성과를 우선시한다. 윗세대는 그런 행위 자체가 정신적 대미지와 멘털에 상처를 준다는 것을 이미 잊어버린 경우가 많다.


그래서 MZ세대들은 단군이래 가장 정신적인 상처가 많은 세대이다. 상처가 나는 줄 모르고 상처를 주는 윗세대 사람들과 당분간 사회를 공유하며 같이 살아가야 하는 것, 힘들기 마련이다. 그들에겐 무례하고 오지랖 넓게 간섭하는 윗세대들이 불편하고 멀리하고 싶은 존재다. 집을 나와서 1인가구로 독립하는 MZ세대, 회식에 핑계 대고 빠지는 신입직원들. 다 이유가 있는 법...


MZ세대 가운데에는 자신의 부모가 행복한 가정을 꾸리지 못하는 것을 보고 두려워서 자신은 결혼하지 않겠다는 이들이 많다. 자신이 성장하면서 부모로부터, 학교로부터 겪은 삶의 경쟁과 부대낌, 그 어려움을 자식에게 겪게 하고 싶지 않아서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사람도 많다.


자신이 입은 상처를 들여다보면 자식에게 그런 삶을 살아가라고 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윗세대가 보기엔 물러터진 생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이건 윗세대로부터 학대받은 세대가 벌이는 집단적 저항의 사회적 표출이다.


하지만 윗세대들도 불쌍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고도성장의 시대, 까라면 까는 시대를 나름 힘들게 뚫고 나왔다. 그 과정에서 말랑말랑한 정서적 교감이나 상대방에 대한 존중, 공감능력을 많이 상실했다. 그들이 자식을, 젊은 세대를 괴롭게 하거나 힘들게 한 것은 원래 의도한 바가 아닐 소지가 크다. 성장과 발전에 대한 접근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들의 죄가 아니란 이야기다. 우리사회가 압축적으로 성장하면서 각 세대마다 겪어내고 있는 저마다의 성장통(成長痛)인 셈이다.


MZ세대들이 지혜롭게 성장하기 바란다. 윗세대들이 좀 오래 살긴 하겠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모두 떠날 세대이다. 존버하면 MZ세대의 세상이 온다. 그대들은 후배세대에게 친절하고 따뜻한 윗세대가 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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