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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송정 Jun 12. 2023

오케스트라 공연이 무료, 혼자 알기 아까워서요

제35회 2023 교향악축제, 부산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 25일까지

6월을 계절로 이름 붙인다면 초여름에 가깝지만 아직은 봄밤이라고 느껴진다. 선선한 바람을 만나는 날엔 기분까지 좋아져 싱글거리며 걷게 된다. 이런 날씨에 넓은 야외광장 대형 스피커로 클래식 음악을 들을 수 있다면, 색다른 봄밤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부산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에 오면 이 기분을 마음껏 느낄 수 있다. 6월 1일 광주 시립 교향악단(지휘 홍석원, 피아노 협연 손민수)을 시작으로 오는 6월 25일 부산 시립 교향악단(지휘 최수열, 소프라노 서예리)의 피날레 공연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제35회 2023 교향악축제'가 부산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에서도 실시간 생중계되기 때문이다(매주 월요일 제외).



올해로 35주년, 세계 유일의 교향악 페스티벌     


             




▲ 2023 교향악축제 생중계 상영 일정표 ⓒ 부산일보



봄도 아니고 여름도 아니어서 더 매력적인 요즘, 산책 겸 가 보면 좋을 것 같아 일정에 맞춰 열심히 걸어갔다. 우리 집에서는 6천 보 조금 안 되는 곳에, 부산의 자랑 영화의 전당이 있다. 거의 매일 만 보를 걷기 때문에 편도 6천 보 정도 되는 영화의 전당은 자주 찾아가는 코스 중 하나다.



그러나 나 같이 걸으러 가는 사람뿐만 아니라 버스, 지하철, 자가용 할 것 없이, 오시는 분들은 모두 사랑할 수밖에 없는 곳이 바로 영화의 전당이다. 한 번 와 보면 반하게 되는 곳이니까. 이곳이 요즘 저녁 시간만 되면 아주 웅장한 소리로 주변을 가득 채운다. 마림바의 통통 튀는 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또 어떤 날은 피아노 선율이 울려 퍼진다.



부산 영화의 전당을 잘 모르는 분들도 계시니 잠깐 설명해 드리자면 부산국제영화제를 할 때 개막식, 폐막식뿐만 아니라, 유명 영화인들이 무대 위에 서서 인터뷰하는 모습으로 많이 보셨을 그 무대가, 바로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이다.


                                

▲ 2023 교향악 축제 홍보 영상 영화의 전당 야외 극장 대형 화면으로 2023 교향악 축제 홍보 영상이 나온다. ⓒ 박정선



그만큼 특별한 이곳에서 울려 퍼지는 교향악 축제는 올해로 35살이 된, '세계 유일 오케스트라 페스티벌'이라고 한다. 코로나로 인해 주춤했던 축제가 올해 다시 활기를 띠면서 영화의 전당에서도 부산 시민들을 위해 실황 중계해 주는 것이다.



예전에 음악 듣는 동호회에서 자주 갔던 예술의 전당, 그곳에서 들었던 교향악 축제를 올해는 영화의 전당 야외에서 들었다. 예술의 전당 음악당 콘서트홀에서 들었던 음악 선율도 좋았지만,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야외에서의 교향악은 정말 멋졌다. 그도 그럴 것이 나에게는 야외 클래식 공연에 대한 아쉬움이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뉴욕에 갔을 때, 하필 겨울이라 센트럴 파크에서 열리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콘서트 인 더 팍스')를 볼 수 없어 안타까웠다. 그런데 아쉬워 하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해 뉴욕필의 저녁 연주가 있는 날, 낮에 하는 최종 리허설을 카네기홀에서 볼 수 있는 관람 프로그램이 있었다.



손꼽히는 연주를 듣고 나온 감동과 카네기홀 바깥의 쨍한 겨울 햇빛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지만 '6월의 나무 울창한 센트럴파크에서 야외 공연을 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은 늘 남아 있었다.



물론 나무와 흙냄새가 나는 공원은 아니지만, 돗자리 깔고 봐야 하는 그곳보다 더 편한(등받이 의자가 잘 갖춰져 있고, 대형 스피커도 마련되어 있다) 야외극장에서 뉴욕 필하모닉 연주와 비교해도 전혀 부족하지 않은 우리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교향악을 들을 수 있다니, 야호!다.



야외 공연의 매력 그리고 이용 꿀팁



올해 처음 본 공연은 지난 3일 창원시향과 매력있던 마림바의 협연이었다. 연주곡이었던 현대음악은 여전히 어려웠지만, 마림바만의 동글동글하고 청량한 음색이 색다른 느낌을 줬다.



그런데 잘 알지 못했던 창원 시립 교향악단(지휘 김 건)의 소리가 정말 좋았다. 같이 갔던 지인도 놀라워했을 정도로,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듣게 만드는 매력 있는 소리였다.



'아니, 이렇게 좋을 수가?' 이런 건 더 많이 알려야 한다. 그래서 다음날 기자 정신으로 무장(하하하)하고 취재하러 다시 갔다.


그날의 공연은 인천시향. 선선한 저녁, 센텀시티를 울려 퍼지는 피아노 선율에 사위가 어두워진 것도 모른 채 빠져들었다.


                               

▲ 인천시향의 연주 인천시향의 베토벤 교향곡 연주 ⓒ 박정선



앞으로의 공연은 성남시향(지휘 금난새)과 전주, 공주, 대전, 서울 시향 등의 연주가 있고 대망의 마지막 날(6/25)은 부산 시향의 연주도 있다.


물론 화면을 통해 라이브 연주를 듣기 때문에 광장에는 사람들이 오가고 저 건너 차도 지나다니지만, 그런 것들이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을 만큼 집중할 수 있으니 많은 분이 오셔서 야외 교향악 축제의 매력을 즐기실 수 있으면 좋겠다.


               

▲ 어둑해진 하늘 계속 되는 공연을 기다리며. 야경도 멋진 영화의 전당 야외 극장ⓒ 박정선


혹시 낮에 와서 공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많은 분께 팁을 하나 드리자면 남는 시간은 영화의 전당 '라이브러리(영화도서관)'를 구경하다가 공연 시간에 맞춰 내려가도 된다. 영화의 전당을 좋아하는 나는 평소에 라이브러리(영화도서관)를 상영관보다 더 자주 애용하기 때문에 이런 팁을 알리고 싶었다.



이미 소개된 적이 있는 라이브러리는(바다 아닙니다... 부산 좀 아는 '실속파'가 찾는 피서지) 책과 음반, 지난 영화들을 모두 무료로 볼 수 있다. 예쁜 독서등이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책을 보다가 눈을 들어 강변의 한가로운 모습에 빠져드는 곳이라 강추하는 곳이다.



라이브러리가 야외 행사가 있으면 평소보다 조금 일찍, 문을 닫을 수도 있는데 그럴 때는 길만 건너면 펼쳐지는 APEC 나루 공원과 수영강 변을 산책하다가 오케스트라 오보에가 '라~~~~' 하며 튜닝을 시작할 때, 느릿느릿 걸어 야외극장 2500석 아무 곳에나 자리 잡고 앉아 음악을 들어도 좋을 듯하다.



PS. 더 자세한 내용은 영화의 전당 홈페이지(2023 교향악 축제)를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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