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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송정 Oct 03. 2022

우리 함께 살아요!

지역 활성화를 위해  지역화폐정책이 계속 유지되길 바라며...

'꽃 피~~~이는 동백섬에 봄이 왔거언~~만~~~'  



'부산' 하면 이 노래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부산의 야구단인 롯데 자이언츠의 응원가로 유명해진 이 노래는, 부산에 와서 지하철을 한 번이라도 타 본 사람이라면 기억하리라. 안내 방송이 나오기 전 끼룩끼룩 하는 갈매기 울음소리와도 함께 들을 수 있는, 부산의 시가(市歌)라고 불릴 만한 노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부산의 지역화폐 이름도 동백전이다. '왜 동백전이라고 지었을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홈페이지에 그 의미를 잘 설명해 두었는데, 단순히 관광지로 유명한 동백섬이나 부산의 상징이 동백꽃이라서만은 아니었다. 그보다도 더 중요한, 다음과 같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소상공인과 시민, 전통시장이 함께(동. 同) 상생하고 협력하며 소비의 선순환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로 100(백)가지 행복과 즐거움을 준다.


정말 우리가 지역화폐를 사용해서 이런 결과가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많이들 사용하면 좋을 텐데.



점점 줄어드는 동백전 혜택, 가맹점도 줄어



그런데 요즘 주변 사람들과 동백전에 관해 이야기해 보면 '혜택이 많이 없어져서 아쉽다'는 말을 종종 들을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8월 1일부터 그 혜택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처음 동백전이 나왔을 때 나는 언니의 권유로 만들었다. "그런 게 있나? 그라면 한번 만들어볼까?"라며 언니가 가르쳐주는 대로 앱을 깔고, 체크카드도 받고, 돈도 충전했지만, 실질적으로 쓸 일이 많지는 않았다.



언니네는 학원비, 병원비로도 쓰고 외식할 때, 기름 넣을 때, 미용실 갈 때도 쓴다면서 식구 수 대로 만들어 잘 썼다. 반면 나는 외식도, 학원도, 미용실(이마저도 코로나19 이후 집에서 자르다 보니)도 갈 일이 잘 없고, 그나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름도 자주 넣을 일이 없어 동백전 결제를 깜박하고 주유소를 나오면서 '아차' 하곤 했다.



그러다가 기름값이 엄청나게 오르면서 동백전을 꼭 챙기기 시작했다. '유류세 인하'를 실감할 수 없게, 너무 올라버린 기름값 때문에 10% 캐시백은 큰 혜택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다들 그렇듯, 나도 기름을 넣기 전에 한국석유공사의 오피넷에 들어가 거리 대비 가장 싼 주유소를 찾는다. 그런 다음 기름을 넣고 동백전으로 결제하면 3천~5천 원 정도 캐시백이 되니 혜택이 쏠쏠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주유소를 애써 찾아가도 허탕 치기 일쑤였다. 동백전 가맹점이 줄어서 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기름을 넣으러 가기 전 오피넷에서 싼 주유소를 찾고 그 주유소가 동백전이 되는지를 이중으로 확인해야 했다.



지역 화폐 국가 예산 전액 삭감이라니



그러던 어느 날 '지역화폐 국가 예산 전액 삭감'이라는 발표가(2022년 9월 13일 오마이뉴스)가 나온 것이다. 예전보다 동백전을 쓸 수 있는 가맹점도 줄었는데, 거기에 정부의 예산이 전액 삭감된다니...



사실 지자체에서 주는 혜택이 축소될 것은 누구나 예상했을 것이다. 처음에는 홍보차 여러 가지 혜택을 줬어도 언제까지 그렇게 해줄 수는 없으니 어느 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가맹점까지 계속 사라지니 사용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불편했다.



처음에는 안 되는 곳이 거의 없어 가격이 싼 곳만 찾아가면 되었다. 동백전을 이용할 수 었던 곳도 다시 방문했을 때 셀프 주유기 앞에 '동백전 결제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의 작은 종이쪽지를 발견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되돌아 나올 수 없어 기름을 넣으면서도 이게 뭔가 싶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 예산까지 전액 삭감이라니. 이러면 시 예산도 줄어들 것이고 혜택도 거의 없어지는 거 아니야? 처음 만들 때는 어딜 가나 쓸 수 있던 동백전이, 이제는 어딜 가야 쓸 수 있는지도 찾아야 하고. 본격적으로 실시된 지 몇 년 안 된 정책이 이렇게 왔다 갔다 해야 하나?'



광역시인 부산이 이런 상황이라면 다른 지역들은 안 봐도 뻔할 것 같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이후 고물가로 다들 어려운 이때, 원래 지역화폐를 만든 취지대로 '지역경제 활성화, 소상공인과 시민, 전통시장 상생'을 위해 국가 예산을 더 늘려주면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유지라도 해줬으면 좋겠다.



동백꽃은 보통의 꽃들과 달리 겨울에 피는 꽃이다. 온 나라가 월급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치솟는 물가로 경제가 살얼음판인 이때, 겨울에도 꽃을 피우는 동백꽃처럼, 부산의 지역화폐인 동백전도 이대로 지지 않고 계속 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꽃 피이~~는 동백저~~~언이' 될 수 있기를 말이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 편집기자님이 편집해 주신 글을 제가 다시 퇴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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