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를 꿈꾸며, 70%를 받아들이는 법

완벽주의자 회계사의 이야기

by 구월

세 명의 면접관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날카롭게 느껴진다.

마치 벌거벗은 채로 그들 앞에 앉아있는 듯했다.

목이 말라 침을 삼키며 다음 질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당신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면접을 많이 다녀본 것은 아니지만,

갈 때마다 꼭 나오는 단골 질문.

다행이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 배운 대로,

단점은 정말 단점이 아니라 그럴싸한 단점,

또는 장점을 단점같이 포장해야 하는 시간이다.


회계사에게 꼭 필요한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내 치트키를 쓸 때가 왔다.


"저는 완벽주의자입니다."


목소리가 떨리지 않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꼼꼼하고 실수를 싫어하는 성향이라,

업무를 철저하게 검토하는 편입니다.

너무 완벽하게 해내고 싶은 마음에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때도 있지만,

업무 우선순위를 정하고 효율을 높이기 위해 늘 신경 씁니다.

완벽주의가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회계처럼 정확성이 중요한 업무에서는 분명 강점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지원자들이 이 말을 하겠지만,

나는 진심이었다.


너무 완벽하게 해내고 싶어서

조그만 실수도 허락하지 않으려는 마음.


그게 나였기 때문이다.


며칠 뒤, 합격 전화를 받았다.






사실 회계사가 되는 것이 내 꿈은 아니었다.


경영학과를 공부하는 도중,

우연히 한 회사에서 인턴을 하게 되었는데,

그 부서가 회계팀이었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그 길이 열린 것이었다.


돌이켜보면 이상하다.

처음엔 아무 뜻 없이 시작했는데 10년 넘게 같은 일을 붙잡고 있는 걸 보면.

어쩌면 내 마음 한구석은, 이 길을 꽤 좋아했던 게 분명하다.


왜일까?


완벽을 추구하는 내 성향이,

숫자 앞에서야 비로소 제대로 보상을 받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마케팅이나 기획 같은 부서에서는 결과가 주관적이다.

누군가에게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으로 보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실패작처럼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계는 달랐다.


숫자가 맞거나 틀리거나,

재무제표가 정확하거나 아니거나.

모든 것이 명확했다.


회계의 세계에서는 항상 균형이 중요하다.

차변과 대변이 반드시 일치해야 하듯이,

자산과 부채,

수익과 비용이 정확히 맞아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명확함이 내게 안정감을 주었다.

그래서 이렇게 오래 버틸 수 있었나 보다.


완벽주의라는 성향이 이 일을 할 때 빛을 발했다.


꼼꼼하고 세심하다 보니 실수가 많지 않았고,

매일 사용하는 엑셀 시트도 늘 항상 색깔별로 구분되어 있고

정리되어 있다 보니 동료들이 좋아해 줬다.


"이 시트 정말 보기 좋네요. 한눈에 들어와요."

"구월씨 자료는 너무 깔끔해서 이해하기가 쉬워요."


이런 말을 들을 때면 가슴이 뿌듯했다.


세심한 보고서,

정확한 계산,

깔끔한 프레젠테이션.


무엇보다도 제일 좋았던 건,

숫자가 맞지 않아 머리를 싸매고 있다가 그 오점을 찾아냈을 때였다.

밤늦게까지 남아서 0.1원까지 맞춰가며 계산을 다시 하고,

마침내 차변과 대변이 딱 맞아떨어질 때의 그 순간 말이다.


"유레카!"


뿌듯함을 넘어서는 그 기분이었다.


불완전한 데이터 사이에서 완벽함을 찾아냈다는 사실.

마치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맞춰 넣은 것 같은

그 기분은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모를 것이다.


하지만 늘 좋은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실수를 한 번 하면 자책하기 바빴고,

누가 괜찮다고 해도,

나는 좀처럼 나를 용서하지 못했다.


메일 하나 보낼 때도 시간을 많이 뺏겼다.


"제목이 이상하지 않나?

내용이 너무 길지 않나?

첨부파일은 제대로 들어갔나?"


관계에서도 무의식적으로 동료들에게 같은 기준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럴 바에야 나 혼자 하는 것이 편할 때도 많았다.


이렇게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회계사로 일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완벽주의는 양날의 검이라는 것이다.


높은 품질의 업무를 만들어내는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효율성을 해치고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





지금도 여전히 나는 완벽주의자다.

하지만 예전보다는 유연해졌다.


완벽을 추구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모든 사람의 마음속엔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조금씩은 있으니까.

그러니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진짜 문제는,

그 완벽함을 이루기 위해 자신을 갈아 넣는 태도다.

과하게 높은 목표를 세우고,

그걸 이루지 못한 나를 자책하는 행동.

그게 나를 계속 지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씩 내려놓는 중이다.

100%를 목표로 하되,

때론 70%의 완성도도 충분할 수 있다는 걸 배워가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균형이다.

회계에서 차변과 대변이 맞아떨어져야 하듯,

완벽함과 나 자신 사이도

한쪽으로만 기울어져선 안 된다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