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리가 되고 싶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by 옆집 사람

해파리가 되고 싶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별 특별한 계기나 이유는 없고, 그저 갑자기 정전기 튀듯, '해파리가 되고 싶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라는 문장이 불쑥 저 모양 그대로 통째로 떠올랐다.


정작 진짜 해파리의 삶은 크게 재미없을 텐데 왜 저런 생각이 들었나 모르겠다.


네모바지 스펀지밥에 나오는 그런 핑크빛의 하늘하늘한 삶 말고, 그저 별 볼일 없이 둥둥 떠다니다 정체도 모를 어떤 큰 생선한테 와압 삼켜져 그대로 영영 사라지는 그런 삶.


당연히 그런 삶보다는, 이렇게 드러누워 손바닥만 한 네모 쪼가리로 이런 요상한 잡상을 마구 살포하는 삶이 훨씬 더 재밌음은 나도 참 잘 아는데, 저 문장에, 해파리의 삶에 뭔가 아련하고 묘한 감정이 든다.


오늘만은 눈앞에 매일 같이 때려 박는 유튜브 대신 내 꺼먼 눈꺼풀을 둬야겠다. 저 먼, 그리고 차가운 바닷속에서 유유히 떠다니는 해파리 한 마리를 떠올려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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