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글을 쓰고 싶다.

by 옆집 사람

그냥 그런 기분이다.


이렇게 잠 안 오는 새벽 2시 20분, 끊었던 담배 대신 근심걱정을 피워대고 있노라면, '나 지금 깨어있습니다'를 만천하에 알릴 멋진 글이 쓰고 싶다.


그래서 이 번쩍이는 네모쪼가리를 양손 가득 꼭 쥐고, 이제는 다 말라비틀어진 생각주머니를 이리도 짜내보고 저리도 짜내보고 있는데, 도무지 뭐라 써나가야 할지 떠오르질 않는다.


그렇다고 잠이나 자자니, 영 잠은 저 멀리 가있고.


달 대신 창문을 가득 메우고 있는 가로등 불빛이 오늘따라 참도 밝다.


이런 밤에 너는 뭐 하니. 자니?

나는 아직 안자.


어른이 되면, 이때만 되면,

나는 참 행복히 잘 지내고 있을 줄 알았는데 딱히 그렇지는 않네.


침대 밑에는 네가 그렇게 갖고 싶어 했던 것들이 한가득인데, 네 집안에 있던 테레비를 다 합친 것보다 더 커다란 테레비도 가지게 되었는데, 벌떡 일어나 못다 한 오락 밤새 실컷 해도 되는데.


그런 멋진 것들은 먼지 뽀얗게 쌓여 제대로 작동이나 하는지 모르게 되었고, 못다 한 오락들은 이제 어찌하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네.


너도 결국 이런 재미없는 어른이 되고야 말게 된다는 것을 차마 알리기가 죄스러 오랫동안 편지 한 통 남기지 못했는데, 오늘은 그냥 좀 그러네 기분이.


보고 싶다.

하굣길, 문방구 앞에 깔린 오락기들을 구경만 해도 신나던 날들이, 고등어 한 마리에도 신나 하던 그때가, 10년 뒤의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두근대던 네가 오늘따라 참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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