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시선으로 '선'과 '악'을 정의하는가?
"그(아돌프 아이히만)의 말을 오래 들을수록 언어 구사 불능이 사유 불능, 즉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사유할 수 없음과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점이 더 분명해진다. 그와는 어떤 소통도 가능하지 않았다. 그가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 아니라 말과 다른 사람들의 현존을 막는, 따라서 현실을 막는 안전한 방호책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라고 아렌트는 책에서 말한다. 아이히만은 그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인식하지 못했다"라고 아렌트는 주장한다. 이것이 악의 모습이다.
p47.
트라우마의 핵심은 "그것을 깨닫거나 이해하는 데 지체나 미완이 일어나고, 계속 다시 돌아감으로써 사건에 절대적으로 충실한 상태가 압도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라 말한다. 달리 말하자면 그 사건은 극심한 충격으로서, 그것을 겪는 사람이 어떤 의미로는 결코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므로 일반적인 범주의 지각과 해석으로는 처리할 수 없다. 그 사건은 경험하는 행위를 압도해버린다. 그리고 영원히 이해에서 벗어나고 인격을 형성하는 기억의 지도에 통합되는 것을 거부하므로 생존자는 끊임없이 그 사건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p57.
앨런 펠드먼은 때로는 이 패턴(피해자에 대한 인권활동)이 정치적 테러의 피해자를 "공적 감정의 시장을 위한 상품"으로 변형시킨다고 비난한다. (...) 그러나 펠드먼은 실종된 자식들을 위한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는 기념관 건설을 거부한 아르헨티나 마요 광장의 어머니들을 언급하면서, 일반 대중의 집단적 추모는 개인에 대한 '사적인 망각'처럼 느껴지고 기념은 '궁극적인 삭제'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말한다.
p60.
우리는 타자성을 두려워한 나머지 그것을 악이라고 부르면서 '타자'에게서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만 보게 된다. 결국 "모든 외재성, 모든 낯선 것은 우리에게 악한 것"이다.
p64.
슬픈 진실은 대부분의 악은 악이나 선을 행하겠다고 결정한 적이 없는 사람들에 의해 일어난다는 점이다.
p65.
우리는 공동체를 형성해 서로 강한 유대감을 구축하는 사회적 존재이므로 악랄하기도 하다. 격렬한 외국인 혐오증은 열렬한 내집단 동일시로 인한 부차적 결과였다. 우리는 사랑하기 때문에 증오한다. 우리는 보호하려는 것이 있기 때문에 공격적이다.
p77.
사람들을 그렇게(폭력적으로) 만들기 위해 체제는 복종과 순종에 대한 정상적인 인간의 충동을 활용하는 대신 그 충동을 폭력으로 향하게 한다. 한 영국인 군인은 그 방식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성인의 세계에서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필사적인 젊은이에게 군인의 용맹함이 남성성의 전형이라고 믿게 하는 것, 통솔자의 권위를 절대적으로 받아들이도록 가르치는 것, 엘리트의 일원이 되게 함으로써 과장된 자존심을 심어주는 것, 공격을 중시하고 자기 집단에 속하지 않은 이들의 인간성을 말살하고, 어떤 곳에서든 그를 관리할 도덕적 제재 없이, 어떤 수준의 폭력이든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것이다."
p90.
'순수성'은 여기서 특히 유용한 개념이다. 한 문화가 양자택일적인 양극화된 사고를 잘 발전시킨다면 세계를 순수한 것과 순수하지 않은 것으로 분리할 수 있다. 순수하지 않은 것은 상처를 받아 마땅하다. 순수하지 않은 것이 본질적으로 혐오스럽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것이 순수한 것의 공동체를 오염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 리프턴은 이를 "집단적인 증오, 이단자 제거, 정치적/종교적 성전"의 요소라고 말했다.
p100.
폭력은 우리가 주눅 들고 약하고 무기력하고 느끼는 삶의 끔찍한 순간들을 보상해준다. 선행은 만족감을 줄 수 있지만 복종적인 경향이 있다. 그와 대조적으로 폭력은 자유이다. 폭력은 삶의 매 순간마다 우리를 단단히 붙드는 제약과 의무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
p129.
군인들은 왜 여성들을 강간하는가? (...) 오늘날 대부분의 학자들은 욕구보다는 폭력, 경쟁, 불안 같은 특징을 강조하는 강간론을 선호한다. (...) 가부장제 문화에서 '남성성'은 승자와 패자로 이루어지는 성취이자 경쟁으로서 정체성에 관한 문제라고 그들은 설명한다. (...) "그들이 강간을 저지르는 건 주위에 남자들이 많이 있어서죠. 그게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거예요. 그들은 서로에게 자기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요. '나는 할 수 있어'라는 식으로요. 혼자서는 하지 않을 행동이죠.
p143.
고백은 개인과 사회를 치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오염된 국가의 날조와 맞서 싸우고, 공적 담론이 생존자들의 개인적 현실을 폭력적으로 부인하지 못하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그렇다. 고백은 사회적 현실을 재구축한다.
p203.
심오한 의미에서 인간의 동기는 알 수 없는 것일 뿐만 아니라 아마도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이야기들이 어떤 작용을 하는가이다. 이야기가 변화를 가져오는가? 이야기가 행동을 돕도록 하는가? 인권 분야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한다.
p291.
악(惡)은 다름 아닌 선(善)의 결핍이다.
제임스 레이너, 당신에겐 양심도 없습니까?
군대, 일치, 단결, 충성, 맹신, 우월
나치 : 위대한 아리아 민족을 위해 독일제국 발전에 해가 되는 유대인을 말살해야 한다.
소련 : 프롤레타리아 해방을 위해 자본주의에 대한 혁명을 일으켜야 한다.
일본 : 천황과 대일본제국의 영광을 위해 아시아의 패권을 장악해야 한다.
우리는 반정부주의자, 반군국주의자, 공산주의자, 반체제 조선인, 일부 종교지도자 그리고 공공질서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해 통제를 강화했습니다.